피우진 보훈처장이 '일제 때 의열단장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서훈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은 독립유공자 선정에서 배제한다'는 역대 정부의 원칙을 뒤집으려는 것이다. 김원봉은 항일 운동을 했지만 월북해 북한 국가검열상과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부위원장 등을 지낸 북한 정권 핵심이었다. 피 처장은 "우리가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북한 정권에 기여했다고 해서 (서훈 수여를) 검토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북한과 6·25전쟁을 치렀지만 그런 부분은 이해해주시면"이라고도 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독립운동을 했다고 주장하는 김일성에게도 훈장을 줘야 한다. 김원봉이 갑자기 등장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근래 그를 소재로 한 영화가 흥행하자 당시 야당 대표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함께 독립 운동을 했던 장준하 선생이 남긴 기록 등에 따르면 김원봉은 영화 속 영웅으로 그려진 인물과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김원봉은 6·25전쟁 전후에 남파 간첩 훈련 지휘를 맡았다는 기록도 있다.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이 보훈의 기본이다. 북한 남침에 맞서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12만명의 국군 선열들이 무덤 속에서 피를 토할 일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6/2019032603534.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