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 제재 철회' 답하면서도 상주 인력의 절반만 출근시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 철수했던 북측 인원 일부가 25일 복귀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전격 철수 사흘 만의 '일방 복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 조치에 화답하면서도 '부분 복귀'라는 애매한 방식을 택해 언제든 강경 기조로 돌아설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날 오전 8시 10분쯤 북측 연락사무소에 일부 인원이 출근했다"며 "이에 따라 남북이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연락대표 협의를 진행했다"고 했다. 남북은 오후 3시에도 연락대표 협의를 정상 진행했다. 통상 북측은 연락사무소에 10여 명을 상주시켰으나 이날 출근한 인원은 4~5명이었다. 북측 소장 및 소장대리는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연락대표 협의에서 "연락사무소가 북남 공동 선언의 지향에 맞게 사업을 잘해 나가야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복귀 배경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평소대로 교대 근무차 내려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22일 철수 당시 북측은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은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다. 우리 측은 이날 평소처럼 연락사무소 직원 11명과 지원 시설 인력 28명 등 총 39명이 정상 출근했다.

'상부의 지시'를 들어 일방 철수했던 북측이 사흘 만에 이를 번복한 것은 '뜻밖'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22일(현지 시각) '추가 제재 철회' 발표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주말에 국정원-통일전선부 라인이 가동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지시를 들어 북측에 '상황 관리'의 필요성을 설득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2일 북의 '연락사무소 철수' 전격 발표는 미 재무부가 중국 해운사 2개에 대한 대북 제재를 발표한 지 약 6시간 만에 나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일방 철수의 목적은 한국 정부가 '제재의 틀 안에서의 남북 경협'을 내세우는 데 대한 불만 표출"이라며 "목적을 달성한 만큼 불필요한 한국 내 여론 악화를 막으려 한 것 같다"고 했다.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흔들며 문재인 정부를 길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도 "너무 남쪽을 밀어붙여선 곤란하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 북측 인원이 '북남 공동 선언'을 언급한 만큼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는 한국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락사무소 철수 장기화 시 개성 주민들에게 용수(用水)를 공급하는 정·배수장의 폐쇄를 우려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 측은 연락사무소 운영을 위해 북측에 전기를 보내 현지 정·배수장을 돌리는데, 용수 일부는 개성 주민들의 생활용수로 이용된다. 대북 소식통은 "한국 국내 여론 악화로 연락사무소가 폐쇄되면 용수 공급도 끊긴다"며 "제재 장기화로 물자 부족에 허덕이는 북 입장에선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23일 '엄혹한 시련·난관'을 언급하며 "한 방울의 기름, 한 W(와트)의 전기도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했다.

한편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를 해제했다가 북한이 핵 활동을 재개하면 제재를 되돌린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면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신축적 입장을 취했다"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스냅백'을 전제로 한 제재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반대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최선희는 주장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6/20190326002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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