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일부 외신 대상 회견 앞서 작성한 '발언문' 내용
"트럼프는 신축성 있는 입장이었으나, 폼페이오·볼턴이 장애 조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제재를 해제하되, 위반 행위가 있으면 제재를 복원하는 조치'를 뜻하는 '스냅백(snapback)'을 전제로 제재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북한 평양에서 최선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이 외신 기자, 외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뉴시스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주재 대사관 관계자와 일부 외신을 대상으로 한 회견에 앞서 2차 미북정상회담 협상 내막을 밝힌 '발언문'을 작성했다. 뉴시스는 최 부상의 당시 발언문 전문을 입수해 이 같이 보도했다.

'발언문'에서 최 부상은 "회담에서 우리가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조선이 핵 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는 가역적이다'는 내용을 더 포함시킨다면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신축성 있는 입장"이었다며 "그러나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분(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했으며 결국 이번 수뇌회담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과 관련한 북한의 조치에 상응해 스냅백을 조건으로 제재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합의문에 담을 의사가 있었지만,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반대로 회담이 결렬됐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회견 당일 최 부상이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했다.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표시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지난 15일 최 부상의 평양 회견에 참석했던 러시아 타스통신과 미국 AP통신 등 외신 보도엔 이 내용이 빠져 있다. 최 부상이 준비한 발언문과 달리, 실제 회견에선 이 내용을 읽지 않았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다.

최 부상의 발언문엔 볼턴 보좌관에 대한 적개심도 담겼다. 그는 "제2차 수뇌회담 이후 미국 고위관리들 속에서는 아주 고약한 발언들이 연발되고 있다. 특히 볼턴은 대화 상대방인 우리에 대해 말을 가려 하지 못하고 자기 입에서 무슨 말이 나가는지도 모르고 마구 내뱉고 있다"며 "그런 식으로 우리 최고지도부와 인민의 감정을 상하게 할 때 그 후과가 어떠할 것인지, 과연 감당할 수 있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적었다. 이 부분도 외신을 통해서 보도되지 않았다.

최 부상은 "미국 측은 조미(미북) 관계 개선이라든가 그 밖의 다른 6·12 공동성명조항의 이행에는 일체 관심이 없고 우리와의 협상 그 자체와 그를 통한 결과를 저들의 정치적 치적으로 만드는 데 이용하려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면서 미국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도 했다.

발언문 마지막에서 최 부상은 "지금도 나는 명백하게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미국의 계산법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계시며 이러한 협상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계실 것이라고 본다. 귀국하시는 길에 이 런 열차 여행을 왜 또 하겠는가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우리 위원장 동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며 "명백히 하건대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강도적 입장은 사태를 분명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그 어떤 타협도 할 생각이 없으며 이번과 같은 협상은 더더욱 할 의욕도 계획도 없다. 나는 우리 최고지도부가 곧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6/20190326000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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