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추가 제재 취소를 언급한 것과 관련,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대북 제재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추가 제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이라고 25일(현지 시각) 전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제재 관련 정책을 180도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시점에서 추가 제재를 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 뿐"이라며 "그 전에 이행해온 제재는 그대로 있고, 그것들은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좋아한다"며 "그들은 계속해서 협상을 하고 싶어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지켜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은과의 친밀한 관계를 내세우며 제재 보다는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내비친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찬이 2019년 2월 27일 밤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1층의 ‘라 베랑다’ 레스토랑에서 진행되고 있다. /백악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위터에 "오늘 미 재무부는 기존의 대북 제재에 대규모 제재를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며 "나는 오늘 그런 추가 제재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추가 제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 미 행정부 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미 재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바로 전날 발표한 대북 제재를 취소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재무부는 지난 21일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그러나 이날 샌더스 대변인의 설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한 제재가 22일 부과될 예정이었던 추가 제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VOA는 전했다.

미 의회에서는 초당적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불법 활동을 멈출 때까지 제재를 계속 부과하는 것이 당연한데 김정은과의 친밀감을 이유로 이를 번복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코리 가드너(공화) 위원장은 지난 22일 트위터를 통해 "최대 압박은 북한의 조력자를 제재하는 것"이라며 "제재는 미국 법이 요구하는 대로 내려져야 한다. 재무부가 옳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 그것을 반복하지 말라"고 썼다.

외교위 소속 마르코 루비오(공화) 의원도 24일 NBC 시사 프로그램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과거 어떤 행정부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는 (대북) 제재에 관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백악관에 이중 확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루비오 의원은 "김정은이 핵무기와 그 밖에 다른 것을 포기하길 간절히 바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해보는 것을 비난하진 않지만, 김정은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은 적 없고 지금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패하길 원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 포기에) 회의적인 게 아니라, 실패할 것이라고 믿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소속의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22일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한 국가안보 결정을 즉석으로 내리고 있다"며 "제재는 (북한) 정권의 불법 활동을 늦추거나 중단시키기 위한 정책 수단이지, 대통령이 북한의 독재자를 좋아해서 취소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브래드 셔먼 미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실패하겠지만, 유권자들에게는 ‘김정은은 브로맨스 파트너인 자신에 상처주길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대통령인 이상 우리는 안전하 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미 의회가 대북제재 강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토 웜비어 대북 은행업무 제한법’, 짧게는 ‘브링크 액트(BRINK Act)’로 불리는 대북 금융 제재 법안을 상정한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의 가장 포악한 독재자 중 한 명인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다"며 브링크 액트 통과를 촉구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6/20190326006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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