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북한의 서해 도발로 순국한 우리 장병들을 추모하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22일 기념식엔 작년처럼 총리가 참석한다고 한다. 서해 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 3대 서해 도발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고 안보 결의를 다지기 위해 2016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북한 도발로 목숨을 잃은 장병만 55명에 이른다.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군인들을 추모하는 행사다. 군(軍) 통수권자라면 모든 일정과 다른 행사를 뒤로하고 최우선으로 참석해야 마땅하다. 세계의 모든 대통령과 총리가 그렇게 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그렇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는 해외 순방, 올해는 '다른 국내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다고 한다.

이 정권은 '군 희생' 관련 행사에는 유난히 인색하다. 청와대는 작년 7월 해병대 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로 5명이 순직했을 때 영결식 직전까지 조문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뒤늦게 간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은 "조문이 아니라 모욕"이라는 유족들 항의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16일 마린온 희생자 위령탑 제막식 때도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은 없었다.

이들은 일반 사고 현장에는 발 빠르게 달려간다. 문 대통령이 2017년 12월 불이 난 제천 스포츠센터를 방문한 건 사고 22시간 만이었다. 포항 지진과 밀양 병원 화재 현장도 직접 찾았고 화력발전소 작업 도중 사망자 유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면담하기도 했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 때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화상회의로 대응했다. 한때는 단체 묵념도 했다. 그런 대통령과 여당이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사람들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왜 이러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은 답방에 목을 매는 정권이 북이 싫어하는 일은 무조건 멀리하고 있다. 북은 2000년 이후 서해 NLL을 분쟁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도발했지만 우리 해군에 격퇴당했다. 문 대통 령이 '서해수호의 날'에 참석하면 북한이 싫어할 것이다. 문 대통령에겐 우리 군보다 북한이 먼저인 듯하다.

인사권자 눈치에 민감한 군 대응도 이상해지고 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지난 1월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해 "일부 우리가 이해할 부분이 있다"고 하더니, 20일 국회에선 북의 3대 서해 도발을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 했다. 이상한 나라가 돼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1/20190321034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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