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과 해경이 정보 당국으로부터 전달받은 '북한 선박 불법 환적 의심 동향'이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19일 나타났다. 불법 해상 환적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수입이 제한된 유류를 확보하기 위한 북한의 대표적 제재 우회 수법으로 동중국해를 넘어 서해상에서도 이뤄졌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한의 불법행위는 더욱 광범위해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의 불법행위를 확인한 뒤에도 이를 숨기고 있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받은 대면 보고에 따르면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의심 동향은 2017년 60여건 수준에서 2018년 130여건으로 늘었다. 불법 환적 의심 동향은 단순한 의심 수준이 아닌 군이 수집한 각종 정보 등을 바탕으로 전달된 것이다. 백 의원실 관계자는 "공해상에서의 불법 환적 행위가 통신 등을 통해 비교적 명백하게 드러난 경우"라고 했다. 불법 환적의 주요 무대는 동중국해였지만, 서해상에서도 불법 환적이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우리 항구 인근의 서해상에서 불법 환적이 이뤄져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우리 '앞마당'에서도 북한의 불법 환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북한의 불법 환적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 군은 2017년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북한 선박 불법 환적 적발 작전을 실시했고 10여건을 적발했다.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북한의 불법 환적 사례 중에는 우리 군이 적발한 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위는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선박을 동원해 작년 1~8월에만 정제유 제품을 148차례 불법 거래했다고 밝혔다. 제재위는 "북한이 정제유와 석탄에 대한 불법 선박 간 환적을 크게 늘리면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며 남포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불법 환적 실태를 공개하기도 했다. 제재위 보고서는 "해외 은행과 보험회사들은 본인들도 모르게 수백만달러 규모의 불법 석유 환적에 계속해서 개입되고 있다"며 "석탄 환적 거래도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위반 행위들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불법 환적 동향이 들어오면 해군이 출동해 '채증(採證·증거 수집) 작전'을 벌인 뒤 관련 사안을 국방부에 보고한다"며 "공해상의 민간 선박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 군이 강제로 검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해군은 채증 작전 이후 관련 보고를 국방부에 하고, 국방부는 청와대와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관련 사안을 보고한다. 군 관계자는 "관련 동향이 들어올 때마다 매번 출동해 불법 환적 활동을 감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군은 정보 출처 보호와 유출 방지 등을 이유로 북한의 불법 환적 행위를 대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백승주 의원은 "미국·일본 등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불법 환적 사진을 공개하고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우리 국방부와 합참은 전혀 그러지 않고 있다"며 "'정권 눈치 보기'이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제거를 위한 안보리 결의 이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앞서 안보리는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대북 유류 공급량을 30% 줄이는 결의 2375호를 채택했다. 같은 해 11월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5형'을 쏘자 결의 2397호를 채택, 대북 정유 제품 공급량의 연간 상한선을 200만배럴에서 50만배럴로 감축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0/20190320003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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