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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돈 어디 쓰는지 다 안다"… 등돌리는 국제사회, 對北 지원 급감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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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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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된 유엔 연례보고서 "올해 1090만명 도움 필요"
UN의 북한 지원 25년 됐지만 작년 對北 구호액 76% 줄어
 

이철민 선임기자
이철민 선임기자

미·북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일주일쯤 뒤인 지난 6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는 올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人道的) 지원에 필요한 금액과 현황을 담은 40여 쪽짜리 연례보고서를 냈다. 나무의자 등받이에 두 손을 얹고 앉은 표지 속 무표정한 여자아이는 다행히도 마른 몰골은 아니었다. 최근 수년간 유엔보고서 표지는 아기를 안고 환하게 웃는 엄마와 구호 음식에 즐거워하는 아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로 씻는 학생들과 같이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달라진' 사진들을 담았었다.

하지만 표지와 달리 보고서 내용은 여전히 암담함 그 자체였다. "이상고온(異常高溫)과 가뭄 등으로 작년에도 식량 생산량이 재작년보다 9%(50만t) 준 495만t에 불과해 전체 2500만명 중 1090만명에게 도움이 필요하고, 도시와 농촌 거주 5세 이하 영·유아 15%와 24%가 발육 부진과 영양 장애를 겪고 있다." 유엔은 올해 이 중 380만 명을 도울 1억2000만달러(약 1360억원)를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하노이 회담 전인 지난달 22일엔 "올해 140만t의 식량이 부족해 배급량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게 됐다"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다급한 메모가 유엔에 전달된 사실이 미국에서 보도됐다. 하노이 회담에서 대북(對北) 경제 제재를 풀려는 작업의 일환이었다.

북한은 현재 모두 11개의 유엔 경제 제재를 받고 있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제사회는 냉담하다. 작년에 유엔이 요청한 대북 구호액 1억1100만달러는 24%밖에 안 걷혔다. 지난 10년간 유엔의 전 세계 구호 프로젝트 중 최저의 호응이었다. 물론 이 보고서가 밝혔듯이 경제 제재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 제재를 위반하면 강도(强度) 높은 처벌을 받기 때문에 북한으로 향하는 인도적 물품의 통관·운송에 관여하는 나라와 기업들도 극도로 조심해 종종 전달이 지연된다. 북한이 이런 구호물품을 암시장에 팔아 그 대금을 전용(轉用)한 사례들도 있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이 가뜩이나 부족한 돈과 자원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쓰는지 전 세계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2017년 우리 국방부는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2011년 말 이후 2016년 7월까지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 31발의 비용을 9700만달러로 추정했다. 당시까지 북한이 쏟아부은 핵·미사일 개발 비용만도 수십억달러로 추정됐다. 인구 절반이 구호 대상이고 숱한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영구적 장애'를 겪어 유엔이 우리 돈 1360억원의 모금을 호소하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작년 7월 영국의 가디언 웹사이트는 "어린이 5명 중 1명이 영양부족이고, 병원은 기초적인 서비스의 문턱도 넘지 못하는 치료를 제공한다"는 마크 로콕 유엔 인도지원 담당 사무차장의 방북(訪北) 체험담에 김정은의 팔에 매달려 즐거워하는 북 어린이들 사진을 대조적으로 실었다.

세계 5위의 쌀 생산국인 베트남에선 1988년 300만명이 굶주리고 500만명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참사를 겪었다. 베트남 정부는 이후 구(舊)소련 해군기지의 철폐와 이웃 나라들로부터의 베트남군 철수(撤收), 통일 이후 재판 없이 투옥됐던 양심수 25만명의 석방 등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 지금과 같은 경제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하노이에서 재확인된 북한의 셈법은 기존 핵·미사일은 놔두고 영변 핵 시설 하나 없애서 경제에 타격을 주는 모든 제재를 풀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수출과 대북 투자·합작사업을 막고 북한 내 원유 수입을 제한한 2016년 이후 제재 6개가 이에 해당한다. 이게 틀어지자 북한은 다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유예를 계속할지 만지작거리며 '벼랑 끝 전술'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그토록 손에서 놓지 못하는 핵무기는 과연 누구를 지키려는 것인가. 1995년 시작한 유엔의 북한 지원은 올해로 벌써 25년째이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벼랑 끝에 서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7/20190317018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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