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보고서]
"美와 비핵화 협상하면서도 평산 광산서 우라늄 캐고 영변 원자로·재처리시설 가동"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12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했던 작년에도 핵폭탄 원료를 계속 생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위는 영변의 5㎿ 원자로가 작년 2월, 3월, 4월에 각각 며칠 멈추긴 했지만 2015년 12월 이후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작년 9~10월 두 달간 가동이 중단됐는데 이때 핵연료봉을 꺼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제재위는 "한 회원국이 작년 11월 영변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 시설)에서 열 변화를 감지했다고 알려왔다"고 했다. 인출한 핵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지난해 2·3·4월에 각각 며칠씩 멈춘 데 대해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2월 평창올림픽, 3월 우리 특사단의 방북,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기간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가동을 일시 중단한 것 같다"고 했다.

제재위는 또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위해 은밀하게 원심분리기를 조달한 아시아 지역의 단체나 개인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심분리기는 핵폭탄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장비다. 북한이 HEU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에서 원심분리기 구입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재위는 이어 우라늄 광산이 있는 북한 평산에서 지난해 토사 더미를 치우는 장면이 목격됐다며 "우라늄 채광이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우라늄은 핵폭탄 원료인 플루토늄과 HEU의 생산에 모두 필요하다.

이 같은 제재위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은 작년 미·북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우라늄 채광(평산), 플루토늄 추출(영변), HEU 생산(영변·강선 등)을 통해 핵물질 생산을 멈추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1차와 2차 미·북 정상회담 사이에만 핵무기 6개가량을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했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다만 제재위는 우라늄 농축 시설로 지목돼 온 '강선'에 대해서는 대형 트럭의 주기적인 움직임 외에 중대한 변화는 없다고 했다.

북한은 또 영변 핵단지 외에도 민간 공장이나 비군사 시설을 활용해 미사일 발사·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제재위는 밝혔다. 실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은 평성 트럭 공장에서 조립됐다. 이는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폭격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제재위는 또 "북한은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아시아에서 최소 5차례에 걸쳐 가상 화폐 거 래소를 해킹해 5억7100만달러(약 6458억원)를 절취했다"고 밝혔다. 주로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유럽연합(EU)에서 폐쇄된 계좌의 자금을 아시아의 금융기관 계좌로 옮기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제재위는 밝혔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아프리카·중동 등지의 30여 국가와 무기 등을 뒷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4/20190314003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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