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관 5층 복도에 北 작품 22점 전시
휴전 후 김일성 지시로 40일만에 쇳물 쏟아낸 감격 표현한 강선제강소 ‘첫쇠물’ 그림도

속이 살짝 비치는 흰 색 저고리에 검은색 치마를 입은 여성이 한반도기를 들고 웃고 있다. 북한의 ‘공훈예술가’ 리석남이 그린 ‘우리는 하나’라는 유화다. 2012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근 복도에서 안민석 위원장실 주최로 열린 ‘국회 남북 미술전’ 개막식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안민석 위원장 등 내빈들이 북한 리석남 작가의 ‘우리는 하나’라는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관련 사무실이 있는 국회의사당 5층 복도에 이 그림을 비롯한 북한 화가가 그린 미술작품 22점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문화체육관광위와 원케이글로벌캠페인 조직위원회,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가 남북 문화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이곳에서 ‘국회 남·북 미술전’을 연 것이다. 한국 작가 작품은 29점이 걸렸다. 이 작품들은 오는 5월 10일까지 약 2개월간 전시될 예정이다. 국민 누구나 국회 본관에서 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위는 삭막한 국회를 문화 예술로 채운다는 취지로 국회 본관 5층 문광위 사무실 앞 복도를 ‘문화샛길’이라고 이름 짓고 그 복도 벽에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막식을 열었고, 이날 전시가 시작된 남북미술전은 문화샛길 첫 번째 기획전이다. 이번 미술전에는 강찬모, 구자승, 곽석손, 이범현 등 한국 작가 28명과 리쾌대, 김기만, 리석남, 최성룡 등 북한 작가 22명의 조선화, 유화, 자수 등 작품이 전시된다.
 
11일 국회에 전시된 ‘로동자미술가’ 박문협의 ‘첫쇠물’. /손덕호 기자

이 중에는 ‘로동자미술가’ 박문협 작가의 1970년작 ‘첫쇠물’도 포함됐다. 이화여대박물관 박계리 학예연구원이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박문협은 미술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1958년부터 강선제강소에서 주물공으로 일하면서 미술창작을 시작했다. 김일성은 정전협정이 맺어진 뒤 7일만인 1953년 8월 3일 강선제강소를 찾았다. 이후 40일만에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합심해 첫 쇳물을 만들어냈고, 이에 감격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이 그림에 담겼다.

강선제강소는 후에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공장이 있는 강선은 평안남도 서남부에 있다. 최근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곳으로 알려진 ‘강선’이 이곳이라는 주장이 있다.

전시를 주최한 안민석 의원은 개막식에서 "북한 미술품이 국회 본관에 전시되는 것은 해방 이후 처음"이라며 "북측 작가들이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주요 작품을 소개한 뒤 안 의원은 "다시 이 행사를 할 때는 남측 화가들이 북으로 올라가서 그림을 전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반도 평화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 미술계는 이미 통일을 시킨 거 같다. 예술영역에 남북이 어디가 있겠나"며 "미술계 등에서 교류협력을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국회에서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차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구체적 합의서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김정은 북한 국 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솔직히 얘기를 나눴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의 기대가 꺾이지 않고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국회에 전시된 북한 미술품은 국내 소장가가 출품한 것이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차홍규 전 칭화대 교수(한중미술협회 회장)가 소장하고 있는 북한 작품 중 일부를 전시했다"며 "작품 선정은 한국미술협회에서 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2/20190312009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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