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김영철 訪美때 문밖 신세였던 볼턴, 연일 강경발언 쏟아내
이라크戰, 악의 축, 선제타격론 주도… 강경파서도 논쟁적 인물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노딜'로 끝난 베트남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전면에 나서 연일 대북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회담 결렬 사흘 만인 지난 3일 하루에만 세 곳의 미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하더니 10일에도 ABC와 폭스뉴스 등을 통해 미국 입장을 전했다. 볼턴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북한과 대화할 뜻을 갖고 있다. 다만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빅딜'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때까지 미국은 제재의 고삐를 놓지 않을 것이며 추가 제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전직 중앙정보국(CIA) 국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전권을 주다시피 했다. 반면 볼턴 보좌관은 시리아·베네수엘라·러시아 문제를 주로 다뤘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마치 바통 터치를 하듯 폼페이오 장관이 무대에서 사라지고 볼턴 보좌관이 북한 관련 발언을 도맡고 있다.

볼턴의 전면 등장 그 자체가 트럼프 대북 정책의 온도가 달라진 것으로 해석된다. '존 볼턴'이란 이름은 그냥 '강경파'도 아니고 '초강경파'와 동의어로 통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외교 정책을 지지해온 볼턴은 극단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전쟁을 해서라도 중국을 주저앉혀야 한다"든지 "이란 반정부 세력을 지원해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발언도 거침없이 해왔다.
 
넥타이 고쳐매고… 인터뷰 준비하는 볼턴 -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폭스뉴스와 인터뷰하기 전 넥타이를 매만지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연이어 언론 인터뷰에 나와 북한 관련 메시지를 내놓으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
넥타이 고쳐매고… 인터뷰 준비하는 볼턴 -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폭스뉴스와 인터뷰하기 전 넥타이를 매만지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연이어 언론 인터뷰에 나와 북한 관련 메시지를 내놓으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볼턴은 워싱턴의 강경 보수 인사 중에서도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었다. 예일대를 수석 졸업하고 같은 학교 로스쿨을 나온 후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국제개발처, 법무부, 국무부 등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경력을 워싱턴에서 쌓았다. 그가 '보수 강경' 이미지를 확실히 굳힌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에서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을 지내면서부터였다. 그는 이라크 공격을 이끌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 인물이기도 했다. 볼턴은 친이스라엘 단체인 '유대인국가안보연구소(JINSA)'에서 고문을 지내는 등 유대인들의 입장을 대변해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는 이란·시리아 문제 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볼턴은 일관되게 대북 강경론을 주장해왔다. 부시 행정부 시절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데 앞장섰고 '대북 선제 타격론' '불량 국가 전쟁 불사론' 등의 발언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유엔 대사로 있던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그는 북한을 완전히 봉쇄하는 초강경 대북 제재안을 꺼내 들기도 했다.

유엔 대사 사임 후엔 워싱턴의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일하며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는 단순한 시간 낭비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했고, "북한과의 협상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킬 시간을 벌어주면서 독재를 정당화해줄 뿐"이라고도 했다.

볼턴의 이런 성향 때문에 트럼프가 볼턴을 대북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한 일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6월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에 왔을 때 백악관에선 존 켈리 비서실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보좌관 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영철이 도착하기 전 트럼프는 볼턴을 밖으로 잠시 불러냈다고 한다. 그리고 볼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이 무르익어 가는 자리에 강경파 볼턴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을 수 있다. 하지만 볼턴은 '훗날'과 '만약'을 대비해 마련해둔 강경 대응 카드를 담당할 참모이기도 했다.

하지만 볼턴이 2차 미·북 회담 협상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바꿀 정도로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전문가는 "두 번 시도 끝에 어렵게 백악관에 합 류한 볼턴은 자기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트럼프의 뜻을 제대로 수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트럼프의 뜻에 충실한 '정치인' 폼페이오가 대북 대화 국면에 적역을 했듯 강경파 볼턴 역시 강경 국면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볼턴의 전면 등장과 그의 북한 관련 발언은 철저하게 트럼프의 대북 협상 전략이란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2/20190312003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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