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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사람'도, '과정'도, '목표'도 없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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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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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국방·대북은 대통령 혼자… 핵심참모 이견·대안 제시하는 소통의 프로세스도 안보여
文대통령이 목표하는 평화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지난 1월 28일 자 뉴욕타임스에 이런 제목의 글이 실렸다. '사람(人材)도 없고 정책 실현 과정도 없고 정책도 없다(No People, No Process, No Policy)'. 전임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副)장관을 지낸 앤서니 블링컨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적 난맥상을 비판한 글이다. 대통령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대통령의 옳지 않은 정책을 반대할 수 있는 경험, 자질과 지적(知的) 정직성을 가진 참모가 없고, 참모들 간의 이견과 토론과 대안 제시가 가능한 프로세스도 없고, 무엇보다 일관되고 투명한 정책의 제시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 정부에는 미국의 안보와 외교를 다루는 저명한 전략가와 학자, 명망가, 고참 상원의원들 그리고 군(軍) 최고위인사들이 즐비했다. 우리 국민조차 대통령은 물론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백악관 비서실장, 안보 보좌관, 유엔 대사들의 이름을 꿰뚫어 왔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누가 누군지 이름도 잘 모른다. 자주 바뀌기도 했지만 렉스 틸러슨, 제임스 매티스 등 '거물'들은 트럼프와 충돌해 물러나고 '소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죽하면 스파이 총책 자리에 있던 인물이 국무장관이 됐을까. 오죽하면 이름도 잘 모르는 방산업자 출신이 국방장관을 대행하고 있을까.

나는 얼핏 제목만 보고 이 기사가 문재인 정부에 관한 것인 줄 착각했다. 문 정부에도 '사람'이 없다. 외교·국방·대북은 대통령 혼자 한다. 청와대의 주류인 운동권 출신 중에는 외교·안보 전문가가 없다. 오죽 사람이 없으면 경제 실책으로 물러난 사람을 불과 한 달 만에 중국 대사로 불렀을까. 저들은 자기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경원하거나 적(敵)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엊그제 개각에서 우리는 문재인 인사의 한계를 봤다. 지금 나라가 어렵고 어둡고 침체한 것은 문 정부의 대북·대미 안보 외교의 난맥 때문이고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노동경직성 등 경제 때문인데 문 대통령의 개각은 경제·안보는 비켜 가고 내년 총선 출마자 땜질용에 머물렀다. 그나마 유일한 안보 자리인 통일부장관엔 전임 뺨치는 사람이 들어섰다. 생각 있고, 능력 있고 개성 강한 사람이라면 어디로 갈지 모르는 문 정부호(號)에 승선을 거부할 것이다.

그 결과로 프로세스도 없다. 내각이나 청와대 내에서 외교·국방 분야는 물론 그 어디에서도 핵심 참모들이 이견을 내고 깊이 토론하고 옵션이나 대안을 제시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와이셔츠 바람에 소매 걷고 커피잔 들고 서성거리는 것으로 리버럴한 분위기를 만들면 '소통'되는 줄 아는데 차라리 격식을 지키고 내실 있는 토론을 하는 것이 더 국리민복에 부합한다.

국방·외교 면에서 궁극적 목표도 보이지 않는다.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방향과 경로가 어디인지 전문가들도 알지 못한다. 문 대통령은 그의 목표가 북한과의 '평화'인 것까지만 말했지 평화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는 말한 적이 없다. 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미국의 퇴출이고 중국권에의 편입인지, 남북 연방제를 통한 통일인지, 그가 바라보고 있는 이상형이 베트남식(式)인지, 중국식인지 아니면 무조건적 통일인지 그는 밝힌 적이 없다.

누구나 정치인일 때는, 또는 대통령 뜻을 가진 후보일 때는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또는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 좌쪽이든, 우쪽이든 정책의 극단을 내 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됐을 때는 자신의 정치적 색깔보다 어떤 것이 국리민복에 부합하는가를 우선적으로, 또는 최종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국민이 양극단으로 갈리고 사회가 어지럽고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암울할 때 지도자는 자신의 색깔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미국은 우리를 떠나려 한다. 중국은 한국이 공중에 붕 뜨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은 한·미 동맹 와해를 틈 타 아시아에서 미국의 대행자로 북한과의 거래를 대신하려 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이 효용가치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한국을 올라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올해와 내년 사이에 그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선의만 믿고 대북 제재 해제에 올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세상의 흐름이 안 보이는지, 안 보이는 척하는 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1/20190311025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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