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김일성의 '쌀밥·고깃국' 말단 간부들 모아놓고 직접 언급
"경제발전 절박, 자력갱생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혹한 시련과 난관'을 언급하며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또 '북한의 영원한 경제 목표'로 불리는 '흰쌀밥에 고깃국' 표현도 집권 이후 처음으로 썼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후 첫 공개 메시지가 경제에 관한 것이라 그 배경이 주목된다. 회담 결렬로 대북 제재 장기화가 불가피해지자 내부 동요와 민심 이반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57년 전 '쌀밥에 고깃국' 언급한 김정은

김정은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언급한 것은 지난 6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다. 김정은은 서한에서 "전체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라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일인 10일 투표를 위해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에 마련된 선거장(투표소)에 도착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김정은, '北과학의 산실' 김책공대서 투표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일인 10일 투표를 위해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에 마련된 선거장(투표소)에 도착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홍서헌 김책공대 총장, 김정은, 리성욱 김책공대 당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대부분 투표율 99.9%, 찬성률 100%를 기록했다. /조선중앙TV

'쌀밥에 고깃국'은 김일성이 1962년 10월 제3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처음 언급했다. 하지만 1994년 사망 때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이후 북한은 수십만~수백만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을 겪었다. 이후 '쌀밥에 고깃국' 표현은 한동안 사라졌다가 2010년 1월 재등장했다. 당시 김정일은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야 한다는 수령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민들이 강냉이밥을 먹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고 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쌀밥에 고깃국'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18년 만에 소집된 당 초급선전 일꾼 대회에서 이 같은 언급을 한 점에 주목한다. 당 초급선전 일꾼은 각 기관·공장·협동농장 등 최일선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사상·선동 사업을 하는 말단 간부다. '노동당의 모세혈관'으로 불린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해묵은 '쌀밥에 고깃국' 타령을 꺼내든 것은 대북 제재 장기화로 어수선해진 민심을 다독이려는 의도"라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경제 개선의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자력갱생'이었다. 김정은은 서한에서 "자력갱생·자급자족의 기풍은 우리가 가장 빨리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우리나라의 항구적인 경제 발전 전략"이라고 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무작정 버티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는 고백"이라며 "하노이 회담서 제재를 풀어 경제에 숨통을 틔우려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겨 난감하단 얘기"라고 했다.

◇김정은 "수령 신비화하면 진실 가려"

김정은은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며 "수령에게 인간적·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인 충실성이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그간 최고지도자 신격화에 주력해온 북한 선전·선동 방식의 변화를 시사한 것이라 주목된다. 과거 북한은 김일성에 대해 '모래로 쌀을, 솔방울로 총알을 만들고 가랑잎을 타고 강을 건넜다'는 식의 우상화를 했다.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는 선전가요도 있다. 김정은에 대해선 "세 살 때부터 총을 쐈고 목표물 20개를 모두 맞혔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이 트럼프, 시진핑 등을 만나며 과도한 우상화에 민망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고위 탈북자 A씨는 "'백전백승 강철의 영장'으로 선전해온 수령이 하노이 회담서 큰 망신을 당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위축된 것 같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1/20190311002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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