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검토
안보전문가 "경협만 갖고 중재땐 美에 한국 불신만 더 키울 가능성"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청와대와 여권(與圈)에서 "우리 정부가 미·북의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재를 위한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결렬로 우리 정부의 '정보·판단력 부재(不在)'가 확인된 상황에서 섣불리 중재자로 나서는 건 한·미 공조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 핵 시설 현황과 비핵화 의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판단 없이 남북 경협 카드 등으로 '중재'를 자처할 경우 미·북 협상을 더 꼬이게 만들 것이란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7일 당 회의에서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북·미 간에 더 완전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우리가 더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국책 연구 기관인 통일연구원도 이날 "구체적인 중재안을 만들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대북 특사 파견 및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먼저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북 회담 재개를 위한 돌파구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미·북 대화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두손 모은 채 김정은 말 경청하는 하노이의 北간부들 -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지난달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숙소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6일 공개했다. 북한 간부들은 김정은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다.
두손 모은 채 김정은 말 경청하는 하노이의 北간부들 -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지난달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숙소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6일 공개했다. 북한 간부들은 김정은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다. /조선중앙TV

정부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추진도 사실상 공식화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제재 틀 내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했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마련해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남북 관계로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논리로 미국을 다시 설득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는 "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확인하고도 두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건 미국에 '동맹보다 민족을 중시한다'는 의심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중재자'로 나설 만큼 대북(對北), 대미(對美) 정보력과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나치게 북측 입장에 경도될 경우 한·미 공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지난달 방한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미·북 회담 결렬 기류도 알려주지 않은 게 대표적인 신호다. 청와대는 이날 볼턴 보좌관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통화 시점을 묻는 질문에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미·북 간 기류가 악화하고 중재자 역할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장차관들은 낙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조현 외교부 차관은 전날 "북·미 모두 2차 정상회담이 생산적이고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한다"고 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7일 국회 비공개 강연에서 "하노이 회담 결과에 관한 우려나 회의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런 것들을 최소화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강 장관은 "한·미 공조는 굳건하고 핵심 사안에 관한 북·미 입장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측이 북에 요구하는 '영변 플러스 알파', 미·북 협상 기류에 관해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북한을 향한 비판론 확산을 막는 데만 주력했다. 이런 가운데 강 장관은 이달 중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추진 중이다.

미 국무부는 6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 부장의 면담 후 "양측이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달성을 위한 지속적이고 조율된 노력에 관해 논의했다"고 했다. 반면 우리 외교부 보도 자료에선 'FFVD'가 빠졌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우리 정부가 남북 경협 카드만 갖고 '중재자'를 자처할 경우 미국은 우리를 불신하고 미·북 협상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더 꺼릴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8/201903080030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