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선중앙TV, 하노이회담 결렬 6일만에 김정은 베트남 방문 기록영화 방송
2차 정상회담을 통한 ‘조·미 관계 개선’ 부각
회담 결렬 사실 보도 안 하고 ‘비핵화’ 언급도 사라져
전문가 "수령의 무오류성 흠집 안내려는 것"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8시 30분부터 약 1시간 18분 동안 '김정은 동지께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을 공식 친선방문하시었다. 주체 108(2019). 2.23∼3.5'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내보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대외정책의 총책 역할을 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친밀감을 과시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지 1주일이 지났지만 북한 매체들이 결렬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전에 거론하던 ‘완전한 비핵화’ ‘조선반도 비핵화’란 표현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 매체에서 사라졌다. 회담 결렬 소식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회담 결렬 소식이 빠르게 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8시 30분부터 약 1시간 18분동안 '김정은 동지께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을 공식 친선방문하시었다. 주체 108(2019). 2.23~3.5'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이 기록영화에는 김정은이 베트남에 도착해 평양으로 되돌아오기까지 모든 일정이 담겼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측 회담 참석자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 결렬 소식은 언급하지 않았고, 2차 미·북 정상회담 관련 분량은 11분 가량에 불과했다.

기록영화는 이번 2차 정상회담의 목적을 ‘비핵화’가 아닌 ‘미·북 관계 정상화’로 선전했다. 영화는 두 정상의 지난달 27일 단독회담에 대해 "(정상회담) 석상에서는 조·미 사이 불미스런 과거사를 매듭짓고, 두 나라 인민의 지향과 시대 발전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관계를 수립해 나갈 데 대한 문제를 비롯해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현안 문제에 대한 폭넓은 의견교환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둘째날 단독회담 후 산책한 소식을 전하며 "서로가 인정하고 존중하는 위치에서 올바른 협상 자세로 임한다면 조·미 관계가 우여곡절과 시련을 이겨내고 전진할 수 있으며 새로운 역사, 새로운 미래를 써나갈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 기록영화에는 북한이 이전에 주장해온 ‘완전한 비핵화’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공동의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현 단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조선반도 긴장상태 완화’ 등으로 돌려 말했다.

북한 매체의 이런 태도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로 마무리된 사실이 내부에 알려질 경우 김정은의 지도력에 타격이 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수령 절대주의 체제인 북한 체제의 속성은 수령의 절대성과 무오류성"이라며 "회담 결렬 소식을 전하지 않는 것은 지도자의 무오류성에 흠집을 내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두 정상이 비핵화와 관련해 논의한 사실을 공개하려면, 제재 해제와 같은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야 했다"면서 "최고지도자가 ‘애국헌신의 대장정’에서 조·미 관계 개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수준으로 표현할 순 있겠지만 비핵화 이야기는 꺼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연구위원은 "북한 매체가 ‘비핵화’를 부각시킬 경우, 인민 사이에선 ‘빈손으로 왔다’는 이야기가 돌 수 있다"며 "그렇다고 외국에서 다 지켜보고 있는데 거짓말을 할 수도 없으니 아예 거론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기록영화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대통령이 먼 길을 오고가며 이번 상봉과 회담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도 김정은 위원장과 더 자주 마주 않아 조미관계 개선의 훌륭한 결실을 안아올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며 후속 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은 "북한은 지금 계속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또 회담이 끝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결국 회담이 결렬됐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중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회담 결렬 소식이 빠르게 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쿄신문은 7일 "북한 매체는 회담이 결렬됐다고 전하지 않고 있고, 북한 당국은 정보 확산을 막고자 주민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며 "회담이 실패했다는 소식이 중국을 오가는 무역업자 등을 통해 북한 내로 유입되고 있으며 신의주 등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7/20190307014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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