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가안보실 조직을 개편하면서 2차장 산하에 대미(對美) 소통을 전담케 하는 평화기획비서관을 신설했다. 이 비서관은 남북 경협을 위한 제재 완화 문제를 미국과 논의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이에 앞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으로 남북 경협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외교·통일 문제를 총괄하는 안보실 2차장에 자유무역협정(FTA) 통상전문가인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했다. 안보실 외교 담당을 미국의 대북 제재 푸는 조직으로 만든 것이다. 비핵화가 어찌 되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최근 미·북 협상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등 미국과의 소통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한·미 공조, 동맹 강화에 초점을 맞춰 대미 라인을 재정비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미국의 정책 방향과는 정반대인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조직 개편과 인사를 했다. "완전한 핵 포기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북한을 설득해야 할 시점에 미국에 "제재부터 풀어주자"고 하겠다는 것이다. 비핵화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는데 제재부터 풀어주면 북의 핵을 용인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보실 김현종 2차장은 미국과 무역 문제에선 강단 있게 협상했을지 몰라도 이미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미 동맹을 복원·관리하는 데 그런 스타일로 임하다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 아래 평화기획비서관도 대미·북핵 업무 경험이 없는 데다, 9·19 남북군사합의를 주도한 사람이다. 동맹 내 파열음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 미국의 기류는 청와대의 움직임과는 전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 어제 볼턴 백악관 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제재 강화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고, 미 상원은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남북 경협 강화'를 외치고 있으니 미 조야(朝野)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와 갈라서고 김정은 편을 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6/20190306034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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