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오바마정부 ‘전략적 인내’ 전략 거론하며 "통하지 않았다. 바로 잡겠다"
"웜비어 사망, 북한 정권에 책임있어…트럼프, 北에 책임 물을 것"
美 상원, 北 거래 은행 제재하는 ‘웜비어법’ 다시 발의
전문가 "2차 정상회담 결렬 후, 美·北 간 심리전 시작"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국의 대북 압박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나왔고 미 의회에선 북한과의 금융 거래를 봉쇄하는 내용의 대북 제재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EPA·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해 지난 2일 그레이 텔레비전과 인터뷰를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전임인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거론하며 "그것은 통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걸 바로 고치려고(fix)한다. 바로잡으려고 한다(correct)"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인 ‘전략적 인내’는 유엔 제재 등을 통한 경제적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 북한의 붕괴를 기다린다는 구상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묵인한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만큼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발언은 북한 인권 문제에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의 이 발언은 ‘웜비어 사건’과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그의 말을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을 두고 미 조야에선 "김정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방송 진행자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는) 김정은의 말을 믿느냐’고 물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통령도 누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북한 정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미 상원에서는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다시 발의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법안 명칭은 ‘오토 웜비어 대북 은행업무 제재법’(일명 ‘웜비어법’)으로, 팻 투미(공화·펜실베이니아)·크리스 밴 홀런(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이 제출했다.

이 법안은 북한 정부와 거래하는 어떤 외국 은행도 미국의 은행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종의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북한을 돕기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려 한 금융회사에 대한 처벌 규정도 있다. 웜비어의 부모는 "이 법안이 북한의 변화를 돕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투미 의원은 "(이 법안은)기업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기업은) 미국과 거래하거나 북한과 거래할 수 있다. 그러나 둘 다와 거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밴 홀런 의원은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결렬된 상황에서 의회가 분명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당초 2017년 11월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나 이후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한 채 의회 회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당시 발의자였던 투미, 밴 홀런 상원의원이 새해 들어 다시 발의한 것이다.

2차 미·북 정상회담 후 대북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미 행정부의 대북 ‘심리전’ 차원으로 분석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과 미 의회의 새로운 대북 제재 법안 발의는 상당한 압박 수단"이라며 "회담 결렬 후,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기지 수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미 행정부의 심리전이 시작됐다고 본다"고 했다.

김정봉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미국과 북한 모두 강경책으로 돌아서는 등 신경전을 펼치는 모습"이라며 "당분간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회담을 진행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소장은 "북한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로 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재건 움직임도 그 연장선"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뱉은 ‘웜비어’ 사건 관련 발언의 파문을 진화하려는 차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윤덕민 전 원장은 "국내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풀기 위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6/20190306018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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