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게 "북한에서 유명하다"며 사진 촬영을 제안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싱가포르 회담 당시 업무 오찬에서 볼턴 보좌관에게 ‘북한에서 유명하다’며 북한 내 강경파 사이에서 볼턴 보좌관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진을 찍자고 했다. 이에 볼턴 보좌관은 웃음으로 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볼턴 보좌관에게 이처럼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은 초강경파로 분류돼온 볼턴 보좌관의 대북 접근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북이 사상 첫 정상회담을 하며 대화 국면에 나서는 와중에 볼턴 보좌관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은 취임 후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에 옮긴 후 보상하는 ‘리비아식 핵폐기’를 주장해 북한의 반발을 샀다. 북한은 볼턴 보좌관의 이 주장을 문제 삼아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위협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018년 6월 12일 1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

김정은이 볼턴 보좌관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해 내부 회의론을 달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북한 노동신문이 이들의 악수 사진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사진에 서 김정은은 볼턴 보좌관의 손을 잡고 이빨까지 드러내며 밝게 웃고 있고, 볼턴 보좌관은 다소 경직된 상태에서 살짝 미소를 짓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 폭스뉴스에 출연해 김정은과의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볼턴 보좌관은 "김정은이 ‘북한 강경파들에게 당신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6/20190306005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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