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품 1~3위 판로 막힌 北… 2년간 무역 적자로 30억달러 소진
제재 안 풀리면 '외환 위기'… 남북 경협이 동아줄 되면 안 돼
 

안용현 논설위원
안용현 논설위원
2017년 북한의 수출이 전년보다 40% 줄었다. 그랬더니 북 GDP는 ―3.5%로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7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2018년 북 수출은 88% 감소했다. GDP는 ―5%로 추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2 고난의 행군을 걱정하는 북 내부 목소리가 엄살은 아닐 것이다. 북이 폐쇄 경제라고 하지만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 즉 무역 의존도를 50%까지 보는 전문가도 있다. 세계 평균이 60%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도 무역과 시장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됐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이 풀어달라고 요구한 2016년 이후 제재 5건은 북 수출품 1~3위인 석탄·섬유·수산물을 모두 틀어막고 있다. '현금 박스'였던 해외 노동력 송출도 차단했다. 우리로 치면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철강 수출이 모두 봉쇄된 것이다.

북 외환 보유액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연간 무역 규모가 60억~70억달러임을 감안하면 70억달러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50억달러 안팎으로 보는 추정이 많다. 북은 2017~2018년 무역 적자로 30억달러를 소진했다. 최근 김정은은 평양 마천루와 원산·삼지연 관광 개발에 막대한 외화를 퍼부었다. 아직도 공사 중이다. 곳간 바닥이 보일 것이다. 금·은 등을 밀수출하고 '충성 자금'을 강요해도 빠져나가는 외환을 메우기 어렵다. 북 금고가 화수분이 아닌 이상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2~3년 내 외환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북 경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돌아간 김정은은 당장 110만이 넘는 군대 유지가 부담일 것이다. 휘발유·식용유·피복을 북한군 '3대 물자'라고 한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휘발유는 제재로 연 50만배럴만 수입할 수 있다. 석유류 밀수를 한다지만 현찰로만 가능하다.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입에 풀칠만 하는 군대 불만부터 폭증할 것이다. 북은 광물 수출로 연 10억달러를 벌었는데 주로 당·군 특권층 주머니로 들어갔다. 광물을 전부 막은 지금 제재는 일반 주민보다 북 지도부의 숨통을 죄고 있다. 김정은부터 고통스러울 것이다. '북 경제 불패'를 신봉하는 일부 인사는 북도 이제 내수(內需)가 발달했기 때문에 무역이 급감해도 큰 타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제재 무용론'이다. 수출 길이 막힌 석탄이 북 발전소로 들어가면서 전기 사정이 오히려 좋아졌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세계 최빈국이 '장마당' 수준의 내수로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

'제재 효과=강도×시간'이다. 현실적으로 제재 강도를 더 높이기는 쉽지 않지만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말대로 '최대 압박'을 계속한다면 김정은에게 '진짜 충격(real impact)'을 안길 수 있다. 제재에 관한 한 시간은 김정은 편이 아니다.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 경제 강국론을 띄우며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을 때 김정은은 "시간이 없는데"라고 했다. '진짜 충격'을 앞두고 다급한 속내를 드러낸 것일 수 있다. 그런데 김정은보다 더 조급한 데가 있는 것 같다. 우리 정부다. 미·북 회담이 제재 해제에 대한 이견(異見)으로 결렬되자마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개성·금강산이 전부 풀리면 연 1억5000만달러가 북 금고에 들어간다. 북핵 최대 피해국이 북에 구원의 동아줄을 내려주려고 한다. 진짜 북핵 폐기를 원한다면 우리 스스로 제재 둑을 허무는 일만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5/20190305030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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