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뉴스 보도]
"김정은, 능수능란한 외교적 언사… 정상 국가 지도자 이미지 각인"
"영변 외 핵 시설 논의 관례 어긋나 미국서 파토낸 게 명백하다" 보도
 

"전 세계 기자들의 까다로운 질문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외교적 언사를 선보인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 과정에서 '정상 국가'의 지도자란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난달 28일 MBC '뉴스데스크'는 특집 생방송에서 이같이 전했다. 회담 결렬에 대한 사실 보도에 이어 14번째 꼭지로 전한 뉴스였다. 반면, 협상의 한쪽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외교적 실패라는 말이 나온다"고 일부 외신의 분석을 전했다.

지상파 방송사 TV 뉴스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들에서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트럼프 책임론을 집중 제기하는 반면, 협상 결렬의 핵심 이유라 할 수 있는 북한의 은폐된 추가 핵(核) 시설에 대한 보도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왼쪽은 미·북정 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능수능란한 외교적 언사를 선보였다'는 MBC '뉴스데스크'의 지난달 28일 보도 장면.
왼쪽은 미·북정 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능수능란한 외교적 언사를 선보였다'는 MBC '뉴스데스크'의 지난달 28일 보도 장면. 같은 날 KBS '뉴스9'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기꾼"이라는 미국 청문회 폭로 내용을 보도했다. /MBC·KBS, 그래픽=김성규
회담 결렬 당일 KBS '뉴스 9'은 "상황이 '트럼프스럽다'는 말도 있다"면서 사업가 출신으로 협상에서 주도권 잡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문제 삼았다. 이날 방송에서 KBS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회담 당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 사기꾼, 속임수를 쓰는 사람"이라고 했다는 보도도 덧붙였다. 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CNN 등 미국 국내 언론에선 코언의 청문회 증언이 매우 중요한 이슈였지만, 거의 전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를 이뤘다.

KBS 뉴스 9은 회담 다음 날인 지난 1일에도 "영변 이외 핵 시설을 갑자기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은 관례에 어긋난다"며 이틀 연속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문제 삼았다. 지난 3일에는 "참모들 조언을 무시하는 (트럼프의) 오만함이 협상을 깨지게 했다"는 외신을 전했다.

지상파 라디오들도 회담 결렬 이유를 트럼프 책임으로 돌렸다. 1일 TBS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은 "미국 쪽에서 파토낸(판을 엎은) 것이 거의 명백하다"며 협상 결렬은 "트럼프가 살아온 업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는 약간 심하게 말하면 건들거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진행자 김현정은 "(김 위원장은) 상당히 절박해 보였다. 진지하게 임하는 것 같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KBS 공영노조는 지난 3일 '드러난 가짜 핵 폐기 쇼, 뉴스로 국민 속이지 말라'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KBS는 더 이상 정권의 편에서 왜곡·편파 보도를 하지 말고, 실상을 그대로 보도하라"고 촉구했다. 공영노조는 "(회담 결렬은) 북한이 영변 아닌 다른 곳에, 다수의 핵무기 시설을 갖고 있다는 것이 미국 측에 들켰기 때문이며 영변 핵 시설 폐기가 '전부'를 포기하는 것인 양, 거 짓 협상을 벌여온 북한의 꼼수가 드러난 것"이라면서 "지상파 방송은 이번 협상을 미국과 북한 간 '의견 차'라느니, '다음 협상 전망을 밝게 한다' 등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명예교수는 "회담이 결렬됐다는 것은 양쪽의 계산이 각자 달랐다는 것인데 한쪽만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5/2019030500002.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