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이 숨겨놓은 핵시설도 폐기"
北은 "실험중지·영변폐기로 충분"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외교가에선 "앞으로 미·북 협상은 '비핵화'의 개념을 다시 세우는 데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영변 이외의 핵시설 폐기'라는 새로운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을 뿐 아니라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두고도 미·북의 해석이 상당히 달랐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아직 공개되지 않은 다른 고농축 우라늄 등 핵시설까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북한 핵무기 폐기를 요구하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일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몰 딜'이 아니라 '전반적 핵 폐기'를 염두에 둔 '빅 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아직까지 핵시설 전체를 폐기 대상으로 내놔본 역사가 없다"며 "우리가 제시한 영변 핵시설이라는 게 만만찮은 것"이라고 했다. 최 부상은 '회담 계산법'을 언급하며 '제재 완화'의 대가는 영변 폐기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사실상 '핵·미사일 실험 중지'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핵화'라고 여긴 것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두고도 양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북한은 이것이 영변 핵 전체 폐기를 말한다고 했지만, 미국 비건 특별대표는 "영변을 다 폐기하겠다는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와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등 일부만 폐기 대상으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숨겨진 핵시설'을 향후 협상 과제로 올려놓음에 따라 핵 폐기와 상응 조치를 단계별로 나눠서 '살라미'식으로 협상하려는 북한의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북이 비핵화의 범위와 '숨겨진 핵시설'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일 것이란 관측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4/2019030400183.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