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전작권 전환 목표 속 한국軍 단독 작전능력 검증 힘들어
유사시 美 핵 전략자산 전개 차질… 韓美 연합전력 약화 불가피
 

한·미 국방부의 이번 키리졸브 연습, 독수리훈련 폐지 결정에 따라 향후 다른 연합 훈련도 줄줄이 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연대급 이상의 연합 훈련은 하지 않고 대대급 이하만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당장 4월에 해왔던 한·미 연합 상륙훈련인 '쌍용훈련'은 폐지가 유력하다. 상반기 한·미 연합 공군 기동훈련인 '맥스선더'와 하반기 '비질런트 에이스' 역시 실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 맥스선더에는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와 B-52 전략폭격기 등 100여대가 참가했다. 특히 F-22 랩터의 참가는 처음이었다. 북한은 이 훈련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연기하기도 했다.
 
3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에 미군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3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에 미군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한·미 국방 당국은 이날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훈련(FE)을 올해부터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은 키리졸브 연습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만일 UFG 연습이 축소돼 실시된다면, '19-2 동맹' 연습으로 명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연 19차례 안팎으로 실시되는 한·미 해병대 훈련인 케이멥(KMEP)은 대부분 대대급 이하 훈련이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남북, 미·북 관계에 따라 일부가 유예될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 비핵화가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주요 연합 훈련이 줄줄이 취소되는 셈"이라고 했다. 다만 합참은 "필요 시 한·미 협의하에 여러 형태로 연합 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합 훈련 취소 결정은 작년 말부터 전조(前兆)가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전쟁 연습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취소됐고, 한·미 연합 공군 기동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도 연합 훈련이 아닌 한·미, 각 군 '따로 훈련'으로 축소됐다. 이런 기조에 따라 한·미 국방 당국은 3~4월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도 유예·축소를 검토해 왔다.
 
주요 한·미 연합 훈련 폐지·축소 전망
하지만 이번에 한·미가 연합 훈련을 유예가 아닌 폐지로 공식화한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연합 훈련 포기'라는 단어를 써 가며 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며 "기본적으로 한·미 간 협의로 결정된 일이지만, 전반적인 흐름상 미국 측에서 이번 결정에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우리 측도 대화 모멘텀 유지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자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이번 결정이 정부가 추진해 온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합 훈련을 통해 전작권 전환 이후의 한국군 단독 작전 운용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증명할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대통령 임기 내인 2022년까지의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현 정부의 기조대로라면 연합 훈련 부재로 우리 군 단독 작전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전작권 전환을 강행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국방부 핵심 당국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여러 복잡한 상황이 있지만 북한을 지속적 대화로 견인하기 위해 군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훈련의 일부 명칭이 변경되긴 하지만 실질적 연합 방위 태세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대규모 연합 훈련의 부재가 한·미 연합 전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현재 주한 미군은 순환 배치되는 시스템으로 '붙박이 군'이 아니기 때문에 실기동 훈련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전투력 증강이라는 군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 북 한 눈치 보기 식 결정"이라며 "훈련 없는 빈껍데기 동맹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연합 훈련의 전반적 축소는 유사시 미국의 핵 전략자산 전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B-52와 같은 핵 탑재 가능 전략폭격기는 맥스선더나 비질런트 에이스 등 연합 훈련을 계기로 전투기 등의 엄호를 받는 종합 훈련을 해왔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4/20190304002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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