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늘밤 단둥 통과할 듯
中, 기자들 격리하고 보안강화
 

베트남 일정을 마치고 지난 2일 귀국길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시속 70㎞ 안팎으로 중국 내륙을 종단하고 있다. 그의 열차는 3일 오후 2시쯤 베이징에서 약 1230㎞ 남쪽의 우한을 지났다. 현재의 속도라면 4일 오전 8시 정도면 베이징 인근을 지나게 된다. 만약 베이징을 통과해서 1100㎞ 떨어진 단둥으로 직행한다면 4일 자정쯤 단둥을 통과해 북한 땅으로 접어들게 된다.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을 만날 가능성에 대해 베이징의 한 북·중 관계 전문가는 "서로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그는 "북한 인사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네 번이나 중국에 왔지만 중국이 별 도움을 준 게 없다'는 불만이 크다"며 "미국과 협상이 결렬된 마당에 김정은으로선 시 주석을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 전쟁을 매듭짓지 못하고 양회(兩會)를 맞은 시 주석 입장에서도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귀국길에 광저우(廣州) 등을 들러 경제 시찰을 할 거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열차는 광저우로 가지 않았다.

귀국길에 오른 김정은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안은 하노이행 때에 비해 훨씬 강화됐다. 김정은의 베트남행 때 중국 단둥과 난닝에서 일본 TV 카메라에 그의 얼굴과 행동이 포착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지난해 3월 이후 모두 네 차례 방중했지만 북·중 양국 관영 매체의 공식 보도가 나오기 전에 그의 얼굴이 매체에 노출된 적은 없었다.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고 여동생 김여정이 재떨이를 들고 수발하는 장면이 일본 매체에 포착됐던 난닝역 역사(驛舍)에는 대형 가림막이 등장했다. 베트남과의 접경인 중국 핑샹과 난닝을 잇는 도로의 경우 검문·검색이 강화돼 일부 외신 기자가 중국 공안에 의해 강제 격리될 만큼 삼엄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창사에서도 외신 기자들을 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키고, 역전에는 무장 군인과 차량을 배치했다. 김정은의 얼굴이 노출된 데 대해 북한이 항의도 했겠지만 회담 결렬로 인한 김정은의 불편한 심기를 중국 측이 미리 알아서 헤아리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정은의 열차가 통과한 중국 핑샹(憑祥)시 인민 정부는 3일 홈페이지를 통해 김정은이 베트남에 가기 위해 중국을 지났던 지난달 25~26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과격한 글을 올린 네티즌 4명이 사회 안전 및 공공질서 문란죄로 처벌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떤 나라의 지도자를 암살하려 하니 뜻을 같이하는 친구를 모집한다'거나 '폭탄을 터트리겠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가 최대 행정 구류 15일의 처벌을 받았다. 중국 정부가 북한 최고 지도자에 대한 자국민의 '테러 위협' 글과 처벌 사실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4/20190304001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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