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된 가운데 북한 신흥부유층 ‘돈주’가 최근 베트남식 경제 개혁에 관심을 기울이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27일(현지 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정상회담 후 북한 지도부가 경제 개혁을 시도한다면 외국 투자 자본이 밀려와 돈주가 북한 시장 주도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주는 자신들이 경제 개혁의 ‘희생양’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RFA는 북한 평안북도 한 소식통을 인용, "요즘 당 선전 매체들이 하노이에서 진행되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소식을 연일 보도하면서 돈주가 베트남식 경제 개혁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 베트남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이전부터 미국 등 서방 국가와 손을 잡고 개혁 개방 정책을 취해 세계적으로 쌀과 커피 수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는 걸 돈주가 안다고도 덧붙였다.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에 간 건 베트남식 경제 개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소식통은 "신의주시 일대에서 많은 외화를 벌어들여 이를 자본으로 장사판을 장악한 돈주는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베트남에 갔으니 베트남식 경제 개혁 방식을 북한에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며 "베트남식 경제 개혁을 한다면 한국과 미국 등이 대규모로 북한에 투자하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고 했다.

돈주는 이런 상황을 불안해하고 있다. 돈주는 자신들이 북한에서 돈이 많다고 하지만 세계적인 회사들이 투자하는 대규모 자금에 비교하면 자신들의 돈이 ‘푼돈’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돈주는 국가 권력 비호 아래 국영 공장에 투자해 수익을 챙기고 고리대 사금융시장까지 장악하며 북한 경제 흐름을 주도해왔다. 소식통은 "돈주는 경제 개혁이 시작되면 북한 시장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평안북도 용천군의 또 다른 소식통도 RFA에 "지금까지 북한 돈주는 국영기업 이름을 빌려 안정적인 돈벌이를 해오면서 나름대로 자본을 축적해왔다"면서 "하지만 북한 당국이 현 정치 체제를 유지하면서 해외 투자 자본을 유치해 경제를 끌어올린 중국과 베트남식 경제 개혁을 북한에 도입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정보를 당 간부들로부터 전해 듣고 정세 변화를 주시하며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돈주는 주로 소형 라디오로 북한 당국 몰래 한국 방송을 듣는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잘 마무리된다면 김정은이 북한을 경제 대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들으며 상당히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이 소식통은 "그동안 불법적으로 돈을 벌어온 돈주는 경제 개혁의 희생양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북한은 이전에도 정세가 불안해 인민이 동요하면 돈주부터 숙 청하고 이들과 관련 있는 간부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체제 안정을 꾀해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 개혁을 두려워하는 돈주의 탈북 가능성도 나왔다. 이 소식통은 "요즘 용천군 일대에서 밀무역을 전문으로 하는 돈주가 선박을 열심히 정비하고 있는데, 봄철 밀무역 준비를 하는 측면도 있지만 만약을 대비해 언제라도 탈북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8/20190228008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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