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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떨이 든 김여정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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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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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이 방명록에 남긴 글을 보고 한 여당 의원이 "균형감이 있다"고 추켜세웠다. 김정은 글에는 '역사(歷史)'가 두 번 나오는데, 앞에는 북한식으로 '력사'라 쓰고 뒤에는 한국식으로 '역사'라고 썼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흘림체 글씨 때문에 혼선이 빚어진 것일 뿐, 김정은은 뒤 글자도 '력사'로 썼다. 그걸 보고 '김정은의 사려 깊음'을 부각했으니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다"는 말을 들을 만했다.

▶엊그제 김정은이 베트남으로 가는 열차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고 동생 김여정이 커다란 재떨이를 받쳐 들고 서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꽁초에 묻은 생체 정보 노출 방지를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많은 사람은 거기서 북한의 '왕'을 보았다. 그런데 정부 자문위원인 전직 통일부 장관은 "가다가 내려서 담배 피우는 게 상당히 인간적" "동생이 재떨이를 들고 있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평을 내놨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김정은의 담배는 지난 판문점 정상회담 때도 화제가 됐다. 당시 김정은은 도보 다리 회동이나 만찬 때 공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러자 청와대는 "애연가인 김정은이 연장자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참은 것 아니겠냐"고 했다. 담배를 꺼내 물면 '인간적 면모'이고, 안 피우면 '고도의 절제력'이다. 그렇다면 과거 김정은이 임신부와 유치원생 앞에서 태연하게 담배 연기를 뿜어댄 것은 어떻게 포장할까. '미리 면역력을 주려는 지도자의 배려'라고 할까.

▶66시간 열차 행군이라는 괴상한 행보를 두고 청와대 전 의전행정관은 "탁월한 선택과 판단" "역사에서의 사열" "두근거린다"고 했다. 한 친여 매체는 "66시간 열차 이동으로 '정상 국가'의 모습을 과시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이쯤 되면 거의 아첨, 아부다. 작년엔 아동 학대 논란을 빚는 북한 집단체조를 보고 "대단하다"고 감탄한 지자체장, "북한 주민은 부러움 없이 살고 있다"는 여당 의원도 있었다.

▶지금 여권 인사들은 북한 정권과 "사 랑에 빠져 있기 때문에" 모든 게 예뻐 보이는 것 같다. 핵 개발, 3대 세습, 인권 탄압도 다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콩깍지가 벗겨지면 과거 했던 말과 행동이 부끄럽고 창피해 이불을 걷어차기 마련이다. 남북 관계에서 때로 북한을 띄워줄 말도 필요하겠지만 정도가 있어야 한다. 하긴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하니 할 말 다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7/20190227033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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