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국대사에 고액 기부자·자기 골프장 회원 임명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액의 정치자금 기부자나 자신의 골프장 고객들을 외국 대사(大使)에 잇따라 지명하고 있다. 대사직이 대통령과의 친분 외엔 내세울 게 없는 부자들의 정치적 '전리품'으로 전락하고 정통 외교관은 배제되면서, 정작 까다로운 현안을 다뤄야 할 주요 국가 대사직은 수년째 공석으로 남는 등 외교 난맥상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주(駐)UN 미국 대사에 켈리 크래프트(57) 주캐나다 대사를 지명했다. 크래프트는 미 3대 석탄 재벌인 남편과 함께 2016년 대선 시 트럼프 캠프에 200만달러(약 22억원)를 쏟아부은 큰손으로, 공화당 대의원 외엔 별다른 경력이 없다. 이런 인물이 UN에서 북한·러시아·시리아 등 독재국의 인권 문제, 기후협약 등을 다루는 중책을 맡을 수 있느냐를 두고 미 상원은 인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주UN 미국 대사는 국무장관과 같은 서열로, 대통령에 직보할 수 있는 '최고 외교관'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얼굴'이어서, 과거 명망 있는 정치가나 전문 외교관이 맡아 왔다"면서 "자격 미달 UN 대사는 세계에 '미국을 무시해도 된다'는 위험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금전적 도움을 준 인사들에게 대사직을 준 경우는 많다. USA투데이는 최근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이나 리조트 회원 중 최소 5명이 대사에 지명돼 이 중 3명이 근무 중"이라며 "국무부가 '트럼프 컨트리클럽'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석·경마업을 하는 사업가 데이비드 콘스타인(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골프클럽 회원)이 주헝가리 대사에,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아내인 캘리스타 깅그리치(버지니아 트럼프 골프클럽 회원)가 주바티칸 대사에, 트럼프 재단의 보험 대리인 로빈 번스타인(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창립회원)이 주도미니카공화국 대사에 임명됐다.

앞서 트럼프는 마러라고 리조트 회원이자 가방 디자이너인 라나 막스(남아공), 뉴저지 트럼프 골프장 회원인 부동산 전문 변호사 아드리안 주커만(루마니아), 대선 캠프에 100만달러를 기부한 부동산업자 린다 블랜차드(슬로베니아) 등을 대사로 지명했지만 모두 인준이 불발됐다. 심지어 임기 초 트럼프 대통령의 전처이자 이방카의 어머니인 이바나 트럼프가 체코 대사로 거론돼 '위자료 대사'란 말도 나왔다.

트럼프 골프장·리조트 회원권은 가입비만 최소 10만달러(약 1억1200만원), 연회비가 수천달러에 달한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 모든 사업장 운영을 가족 재단에 맡겼지만 소유권은 그대로 갖고 있으며, 연 6억달러(약 67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수익은 트럼프 1인에게 귀속되는 구조다. 미 현행법상 대통령의 영리 사업과 고위직 인사 등 국정 운영에 대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없다고 한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기부자들에게 정부 고위직과 대사직을 주는 보은성 인사가 관행적으로 인정돼 왔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최근 라이언 스코빌 마르케트대 교수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대사 1인당 평균 캠프 기부액은 9만6900달러(약 1억862만원)로, 조지 W 부시(6만700달러)·빌 클린턴(1만2300달러)·버락 오바마(1만1000달러)·조지 부시(1만900달러) 당시 평균액을 압도했다.

트럼프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골프장 회원권 수익 등을 따지면 실제 평균 기부액은 크게 뛸 것으로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 정부의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 비율은 58%로 보통 70% 안팎인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았고, 해당국 언어 능력도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까다로운 외교 업무를 해야 할 대사직은 수년째 구인난을 겪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중 관계 중재역인 호주, 국경 문제로 갈등 중인 멕시코, 핵무장국인 파키스탄, 중동의 최대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 중동과 유럽의 가교인 터키 등 18국 대사를 지명조차 못 하고 있다. 미 외교관협회(AFSA)에 따르면 트럼프의 일방주의 외교에 항의해 에스토니아·멕시코·파나마 대사가 줄사퇴하는 등 고위 외교관의 60%가 국무부를 빠져나간 상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6/20190226001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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