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맞춰 北고위급 망명 등 폭로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한 후 그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해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진 단체 '천리마 민방위'가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주에 중대한 발표가 있겠다"고 예고했다. 이 단체는 그간 김한솔의 모습을 공개하고, 탈북을 독려하는 등 김정은 체제에 정면으로 반(反)하는 행동을 해왔다. 이 때문에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금주 후반, 김정은 정권에 타격을 주는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한솔의 육성 증언이나, 다른 고위급 북한 망명 인사가 전격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천리마 민방위'는 이날 "우리 조직은 어느 서방 국가에 있는 동지들에게 도움 요청을 받았다. 위험도 높은 상황이었지만 대응하였다"고 밝혔다. '중대 발표'에 유럽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위급 북한 인사의 망명 소식이 포함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최근 망명 사실이 확인된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와 관련한 내용이 담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십시오"라며 이메일 주소를 올리기도 했다.

이 단체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건 조성길 망명 사실이 처음 국내에 알려진 지난달 3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 단체는 "모든 것이 변화되는 올해"라며 "은밀히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 달라"는 글을 올렸다. 오랜만에 공개 활동이 재개된 것을 두고 "2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평화 공세'가 정점에 달한 시점을 의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복형 암살' '3대 세습' 등 정상회담으로 가려진 김정은 정권의 이면(裏面)을 폭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스스로 '중대 발표'라고 말할 정도면 과거 김한솔 모습을 공개했을 때 정도의 파장이 일 내용을 밝힐 것으로 본다"며 "어떤 정보가 됐든 국제 사회에서 북한의 '주가'가 한참 올라가고 있는 지금을 택한 건 의도적인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비핵화 의제·의전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의 '장외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한솔은 미국이 보호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만약 실제 김한솔과 관련된 내용 공개를 예고한 것이라면 미국이 '협상에 거짓 없이 임하라'는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준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천리마 민방위'라는 단체가 처음 알려진 건 지난 2017년 3월이다. 당시 이 단체는 김정남 암살 소식이 공개된 이후 행적이 묘연하던 김한솔의 모습과 육성을 홈페이지,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그러면서 "김정남 피살 이후 그 가족에게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이 왔다. 급속히 그들을 만나 안전한 곳으로 직접 이동해 드렸다. 그 외 북조선 사람도 요청을 보내와 탈출을 여러 번 실행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추적이 어려운 이메일 주소, IP 등을 사용해 정체를 감춰왔다.

이후에도 이 단체는 "두 명의 구출과 자유를 이루었다" "아래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어느 나라에 계시든지 가시고 싶은 곳으로 안전히 보내드리겠다"는 등 글을 올리며 '탈북 도우미' 역할을 자처해왔다. 2017년 11월 엔 "남쪽 새 정부가 어떤 방향을 추구할지 기다렸다. 실망스럽게도 도움이 필요한 우리 민족 사람들의 보호를 위한 협조 움직임은 없었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는 "국제 사회에 '인권' 문제 등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자료가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이런 외부 요인이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6/20190226002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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