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지 열차 하루 12편 취소
연착 다반사… 수십만명 불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평양 출발 사흘째인 25일 중국 중부의 우한(武漢), 창사(長沙)를 지난 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베트남과 접경인 난닝(南寧) 방면으로 직행했다. 김정은은 26일 오전 전용 열차로 핑샹(憑祥)을 거쳐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4500여㎞ 전 여정을 '움직이는 집무실'로 불리는 전용 열차로 주파한 것이다.

23일 단둥을 통해 중국에 온 김정은의 열차는 사흘간 랴오닝성·톈진시·허베이성·허난성·후베이성·후난성·광시좡족자치구까지 7개 성·시를 관통했다. 평균 시속은 중국 고속철의 5분의 1 수준인 66.8㎞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톈진·정저우·우한·창사 등 김정은 전용열차가 지나는 길목마다 기존 중국 열차들은 무더기 운행 취소 사태가 빚어졌다.

25일 아침 전용 열차가 통과한 우한역에선 우한~창사를 오가던 고속철 2편이 운행 취소됐다. 김정은의 열차가 30분간 정차하며 정비를 받은 창사에선 고속철 2편과 준고속철(動車) 8편 등 10편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또 전용 열차가 지나는 역마다 대규모 연착 사태가 벌어지고 역 주변에선 수십 분씩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전체 여정을 감안하면 최소 수십만명이 직간접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선 '우한 운행중지(停運)' '정저우 도로통제(封路)' 같은 말들이 핫이슈로 떠오르며,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24일 자정쯤 열차가 통과한 정저우(鄭州)에선 "이 늦은 밤에 대체 왜 도로를 통제해 집에도 못 가게 하느냐"는 글들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곳곳에서 운행 정지가 벌어지고 있다"며 "세계의 악인(김정은을 지칭)이 강대한 중국 땅 위를 기어다니고 있다"고 했다. "13억이 한 명을 위해 길을 내주고 있다"는 글도 확산됐다. 이 글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한편 온라인에선 ' @shuangyinghe'라는 아이디의 트위터 사용자가 23일 김정은의 단둥 도착 소식과 영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어떤 언론보다 빨리 김정은 전용 열차의 동선을 중계하고 있어 화제가 됐다. 마카오 거주자로 추정되는 그는 웨이보에 뜨는 교통 통제 상황 등을 분석하는 걸로 보이지만, 그의 정보가 거의 실시간에 가까워 '정보기관 관계자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6/20190226002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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