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베트남 "암살에 이용당했다" 반북 감정 들끓고 한때 단교 주장
미북회담 개최하며 수면 아래로
 

도안 티 흐엉

지난 23일 오후 11시쯤(현지 시각) 베트남 하노이 시내 유명 맥주 거리인 '따이헨 거리'의 A주점. 2년 전 김정남 암살 사건의 범인인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1·사진)이 자신에게 범행을 사주한 북한 남성 리지현(35)을 처음 만난 곳이다. 매일 작은 공연을 하는 이 주점은 각국에서 온 20여 명의 손님들로 붐볐다. 33㎡(10평)쯤 되는 가게에 종업원 5명이 쉴 틈 없이 움직이는데도 "에머이(종업원을 부르는 말)"를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리홍 전 주베트남 북한 대사의 아들인 리지현은 2016년 12월 이 주점에서 범행을 사주할 대상을 물색했다. 주점 주인인 응우옌 빗 투이에게 접근해 12월 27일 빗 투이의 옛 동료인 흐엉을 이 주점에서 소개받았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리지현에게 포섭된 흐엉은 이듬해 그와 함께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뒤 2월 13일 화학무기 VX 신경작용제로 김정남을 살해했다. 빗 투이는 이후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몰래카메라 영상에 출연할 배우를 찾는다는 리지현의 말을 듣고 흐엉을 소개해줬을 뿐"이라는 진술이 인정돼 처벌받지 않았다. 주점 종업원 A씨는 "2년도 더 된 일이라 우리는 아는 게 없다"며 "빗 투이와 그의 남편이 여전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23일(현지 시각) 오후 베트남 북부 남딘성 한 마을에 위치한 김정남 암살범 도안 티 흐엉의 고향 집.
23일(현지 시각) 오후 베트남 북부 남딘성 한 마을에 위치한 김정남 암살범 도안 티 흐엉의 고향 집. /남딘성(베트남)=안준용 기자

당시 흐엉이 체포된 직후 베트남 내에선 자국민을 김정남 암살에 이용했다는 이유로 반북(反北) 감정이 들끓었고 한때 북한과의 단교(斷交)론까지 나왔다. 하지만 하노이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추진되면서 북·월 관계가 복원돼 김정남 암살 사건도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23일 하노이 시내에서 120㎞쯤 떨어진 남딘성 외곽 흐엉의 고향집에서 본지와 만난 그의 친척들은 "후환이 두려워 흐엉 면회조차 가지 못했다. 사건과 관련해선 아무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곧 베트남을 방문하는 김정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묻자 "하루빨리 흐엉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만 바랄 뿐"이라고 했다. 4년 전부터 흐엉과 가깝게 지내며 그가 범행 전 출국할 때 공항까지 바래다줬다는 택시기사 B씨는 "흐엉의 성향상 누군가에게 이용당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5/2019022500328.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