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회담 교통편 분석 쏟아져… 평양서 열차로만 이동하거나 비행기·자동차 번갈아 탈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에 비행기가 아닌 기차를 타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교도통신 등 외신이 20일 보도했다. 이 경우 중국 대륙 일부와 베트남 북부를 특별 열차로 종단해 관통하는 '대장정'으로, 약 사흘간의 김정은 이동 자체가 세계의 이목을 끄는 빅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 때는 중국 측이 제공한 에어차이나를 이용했다.

영국 로이터는 20일 회담 개최지인 베트남 당국의 보안·의전 관계자 2명을 인용, "베트남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이 다음 주 하노이 정상회담에 기차를 타고 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중국 대륙 수천㎞를 육로로 통과할 경우 적어도 만 이틀 반이 걸린다"며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예정대로 25일까지 도착하려면 이번 주중(22일쯤) 평양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 관계자들은 또 "김 위원장은 중국-베트남 국경 지대인 랑선 동당역에서 내려 하노이까지 170㎞(3시간 거리)는 자동차로 이동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일본 교도통신도 베트남 현지에서 회담 의전 실무를 총괄 중인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 17일 중국 국경 인근 기차역을 찾아 안전·보안 점검을 했다고 보도했다. 교도는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육로로 이동할 경우 약 4023㎞ 거리로 약 사흘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앞서 후지TV는 김창선 일행 10여 명이 베트남 북부 국경 지역 랑선의 기차역을 찾은 모습을 포착해 방송했다.
 
김정은 하노이행 열차 예상 경로도

김정은이 육로로 이동하는 경우의 수는 여러 가지다. 우선 평양부터 하노이까지 100% 철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기술적으론 가능하다고 한다. 베트남의 열차 선로 폭이 대부분 중국·북한식과 다르지만 하노이시 남쪽까지는 중국형 선로가 연결돼 있다고 한다. 일각에선 북한이 2차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던 베트남 다낭 대신 하노이로 변경한 이유가 '철로 이동'을 위해서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김정은을 태운 특별열차의 경로는 평양을 출발해 중국 국경 도시인 단둥(丹東)을 거쳐 일단 베이징에 들를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미·북 정상회담에 대비한 사전 협의를 가질 수 있다. 이어 열차로 중국 대륙을 종단, 남부 난닝(南寧)을 거쳐 베트남 국경까지 간 뒤, 하노이까지 간다는 것이다. 베트남 구간을 자동차로 가더라도 총 60시간 넘게 걸린다.

일부 구간을 비행기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의 특별 열차는 경호 문제로 통상 매우 천천히 운행하기 때문에 중국 국내 일반 고속 열차 운행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북한으로서도 최고 지도자의 장시간 열차 탑승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북한 전문 매체 NK 뉴스는 "김 위원장이 중국 어느 지점까진 열차를 탄 뒤, 하노이까지는 비행기를 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60년 전 할아버지 김일성의 베트남 여정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는 '후광 효과'와 함께 북한과 중국·베트남과의 혈맹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58년 김일성은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할 당시 평양에서 베이징까지는 중국 측이 제공한 비행기로, 베이징에서 광저우(廣州)까지는 기차로, 광저우에서 하노이까지는 다시 비행기를 이용했다. 귀국 시엔 비행기로 돌아왔다.

김정은이 김일성과 반대로 광저우 등 중국 어느 지점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그곳에서부터 하노이까지 열차로 갈 수도 있다. 김창선의 베트남 국경 기차역 점검도 김정은이 어떤 식으로든 이곳을 기차로 통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답사 차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창선은 지난 16일 베트남으로 들어갈 때 경유지인 베이징에서 하노이로 비행편으로 곧장 가지 않고, 광저우에서 1박을 하고 갔다.

북한 지도자가 우려해온 신변 안전 문제도 육로 선택의 이유로 거론된다.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국을 철도로 통과할 경우 중 당국이 경호·보안 문제를 확실히 해결해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은 비행기를 아예 타지 않았으며, 2001년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 시 왕복 4만㎞를 총 24일간 열차로 이동하기도 했다. 스위스 유학파인 김정은은 비행기를 꺼리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싱가포르 왕복 시 중국 영공에서 인민군의 지원을 받았다.

트럼프와 김 정은의 회담 장소로는 베트남 정부 영빈관과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이 거론된다. 로이터는 베트남 소식통들을 인용, "회담 장소는 20세기 초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하노이 시내 영빈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메트로폴 호텔에 김창선 부장 일행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5일 연속 다녀갔고, 미국 선발대가 수시로 찾는 모습도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1/20190221002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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