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선은 3일째 방문…김정은 숙소說, 미국과 의전협상說
삼성·LG전자 등 우리 기업도 김정은 깜짝방문 대비에 만전
 

2차 미·북 정상회담을 9일 앞둔 18일 북한 실무 협상단은 베트남 정부의 철통 보안 속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선(動線)을 사흘째 점검했다. '김정은의 집사'라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비롯해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총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철은 북한의 대미(對美) 외교통으로, 의전 협상 일부를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당국은 이날 보안을 유독 강조해 미·북 간 접촉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베트남 정부는 이날 김창선 등 북한 실무자들이 묵고 있는 영빈관에 공안을 배치해 취재진 접근을 완전히 통제했다. 한 소식통은 "베트남 정부가 북한 실무진의 동선과 관련한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미국과 북한의 의전·경호 관련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실무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북한 김창선(가운데) 국무위원회 부장이 18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을 찾아 1시간여 동안 머문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실무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북한 김창선(가운데) 국무위원회 부장이 18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을 찾아 1시간여 동안 머문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김창선은 이날까지 사흘에 걸쳐 메트로폴 호텔을 찾았다. 오른쪽 뒤는 박철 북한 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북한 소식통은 "6·12 싱가포르 회담 때 그랬듯, 김창선의 동선 대부분은 김정은 동선으로 이어진다"며 "김창선으로선 동선이 드러나는 게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 협상'은 20일 전후로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하노이 인근을 동분서주했던 김창선과 박철, 김철규 등 '하노이 3인방'은 이날 오후 영빈관을 나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을 찾아 1시간 동안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선의 경우, 사흘 연속으로 이 호텔을 찾았다. 이 때문에 현지에선 김정은 숙소가 메트로폴 호텔로 결정됐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다만 미·북 대표단이 전날 만난 장소 역시 메트로폴 호텔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측과의 의전 협상차 방문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또 이날 북한 실무팀 일부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숨진 북한군 묘역에 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김정은이 이곳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김창선은 앞서 지난 17일 하노이 북부의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랑선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열차 방문을 염두에 둔 사전 조사 아니냐"라는 해석도 나왔다. 북한에서 열차를 타고 베트남에 갈 경우 '랑선역'에서 내렸다가 차량으로 하노이로 이동하는 게 최단 경로이기 때문이다. 다만 평양에서 랑선역까지 김정은 전용 '특별 열차'를 이용해 이동할 경우 60시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정상 국가'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하는 김정은이 굳이 하노이로 정상회담 장소를 고집한 다음 열차를 타고 올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며 "전용기를 타고 하노이에 왔다가 다른 일정 때문에 '랑선성'을 찾으리라고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랑선성은 중국과 하는 '국경 무역'을 상징하는 장소"라며 "김정은이 경제 시찰의 일환으로 이곳을 찾을 개연성도 있다"고 했다.

김창선은 17일 베트남의 산업 지역으로 삼성·LG전자 공장이 있는 박닌·하이퐁 지역을 둘러보고, 세계적 관광지가 있는 할롱베이를 찾기도 했다. 김정은의 주요 관심사인 경제·관광 개발과 관련한 대표적 장소를 찾은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은 "최고 지도자가 외국에 나가 '경제 개혁·개방'에 대한 신호를 주는 건 북한의 전략·전술의 하나"라며 "이미지 구축 외에도 한국에 '독자 제재 완화' '대북 투자 촉구' 등 여러 신호를 주기 위해 삼성·LG전자 등을 찾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우리 기업들 역시 김정은의 '깜짝 방문' 가능성에 대비해 북한·베트남 당국의 의전 협상을 주목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9/20190219002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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