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비 前 유엔 北인권조사위원장
"한반도의 봄이 온다고 해도 北 인권침해 사실 변하지 않아"
 

마이클 커비

마이클 커비(79·사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committee of inquiry) 위원장은 12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평화로 (북한) 인권 문제를 가릴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은 몽상(pipe dream)"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지도자 모두 북한 인권을 대화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인권 문제를 의제로 다루지 못한다면 실패한 회담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호주 연방대법관을 지낸 그는 2013년 유엔이 북한 인권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설치한 COI 위원장을 맡았다. 탈북자 330명과 북한 전문가 100여 명을 인터뷰한 후 2014년 2월 372쪽 분량의 북한 인권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국가 정책에 따라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반인도(反人道) 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커비 전 위원장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김정은을 비롯해 이 범죄에 책임 있는 사람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17일은 COI 보고서 발표 5주년이다. 최근 남북, 미·북 간 대화에 대해 커비 전 위원장은 "안보에 직결되는 북핵 문제를 두고 남북의 지도자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봄이 온다 해도 북한이 ICC 기소가 가능한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북한에) 인권 범죄는 없다는 북한의 폐쇄적 태도 역시 변한 게 없다"고 했다.

다만 COI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유엔인권최고사무소(OHCHR) 서울사무소가 들어서 북한 인권 기록을 수집하는 데 대해서는 "고무적"이라고 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OHCHR 부고등판무관 출신이다. 커비 전 위원장은 "국제사회는 (북 한 정권의) 반인도 범죄로부터 북한 주민을 지킬 보호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주목받았지만 한국에서는 2016년에야 북한인권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이 법에 따라 설치돼야 하는 북한인권재단은 이사 추천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현재 사무실도 폐쇄한 상태다. 커비 전 위원장은 "북한 인권은 당파적인 이슈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4/2019021400312.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