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북핵협상 26년] [2] 닳고 닳은 美北협상 카드들
美 종전선언 등 검토하고 있지만 北, 상응조치로 받아들일진 미지수
남북 유엔 가입때도 미군철수 요구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 조치로 종전(終戰)선언과 평화협정,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대북 제재 완화'가 힘들다는 게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런 만큼 '관계 정상화' 카드가 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충분한 '상응 조치'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기 위해 종전선언 등을 활용하려 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 및 관계 정상화를 얘기해 왔다.

北, 1974년부터 美에 평화협정 요구

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본격 요구한 것은 지난 1974년 3월 최고인민회의 제5기 제3차 회의부터다. 북은 당시 '미합중국 국회에 보내는 편지'를 채택하면서 "남조선 당국자들이 남조선에 미국 군대를 그냥 남겨둔 채 불가침조약을 맺자고 하는 것은 평화에 대한 아무런 담보도 할 수 없는 빈말"이라고 했다. 이후 북은 협정 체결 당사자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규정하고 평화협정을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북한은 1991년 남북 유엔 동시 가입 때는 "(북한과 유엔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정전 체제의 평화 체제로의 전환 및 유엔군사령부 해체, 조·미(북·미)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등을 이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철수'가 평화협정의 조건이자 목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은 1990년대 미·북 고위급 회담, 남·북·미·중 4자 회담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반복하며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北, 최근 종전선언에 침묵

북한의 집요한 '평화협정' 공세는 2000년대 들어 일부 효과를 봤다. 2005년 체결된 9·19 공동성명에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는 표현이 포함됐다. 2006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종전협정 체결'을 언급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이듬해 10·4 선언을 통해 '평화 체제 구축과 3자 또는 4자 정상 간 종전선언 추진 협력'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 핵개발과 남북, 미·북 관계 경색으로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 거의 그대로 담겼다. 문 대통령은 '연내 종전선언'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며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북한은 작년 10월 이후 종전선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섣부른 '종전선언' 독 될 수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최근 대학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차후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 등이 비핵화 협상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제재 완화'를 더 바라는 북한이 종전선언을 '상응 조치'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전문가들은 북한이 '평화협정'을 수십년에 걸쳐 주장한 의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체제 보장 효과와 동시에 한·미 군사동맹 약화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만약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북은 '전쟁이 끝났는데 주한미군이 왜 필요하냐'고 물을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된 이후 논의를 진전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1/20190211002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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