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3성(星) 장군 몽클라르는 1·2차 대전에서 숱한 무공을 세우고 예편했다. 6·25가 터졌을 때 프랑스는 여러 분쟁으로 정신이 없었다. 한국엔 군사고문단 20여 명만 보내려 했다. 그러자 몽클라르 장군이 나서서 600명 넘는 전투 부대원을 직접 모았다. 대대급 지휘관은 중령이어야 한다는 규정에 맞춰 예순을 앞둔 나이에 '예비역 중장'을 버리고 '중령으로 강등'을 자처했다. 참전을 말리는 아내에게는 "자유를 위한 여정은 군인의 성스러운 본분"이라고 했다. 몽클라르 부대는 1951년 지평리 전투에서 백병전으로 중공군을 제압했다. 유엔군의 운명이 갈린 결정적 승리였다.

▶1953년 11월 부산역 인근에서 큰불이 나 이재민 3만명이 생겼다. 전쟁에 화상(火傷)이 겹친 참사였다. 당시 부산 군수사령관 위트컴 장군은 군 물자를 풀어 이재민을 구했다. 그 때문에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갔지만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게 아니다. 그 나라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했다. 1954년 전역해 예비역이 된 뒤에도 한국에 남아 보육원을 짓고 '전쟁고아의 아버지'가 됐다. 병원과 학교도 세웠다. 그는 군복을 벗고도 '승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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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예비역 대장은 2013년부터 명예 미 8군 사령관을 맡고 있다. 해외 미군이 주둔국 국민을 명예 사령관으로 임명한 첫 사례다. 작년 11월 그의 아흔아홉 살 백수(白壽) 생일잔치는 미 8군이 준비했다. 에이브럼스 주한 미군 사령관이 무릎을 꿇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백 장군과 에이브럼스 부친은 '6·25 전우'다. 풍파를 견뎌온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장면 같았다.

▶전 국방장관 등 예비역 장성 450명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이 그제 출범했다. 모인 '별'이 1200개를 웃돈다고 한다. 이들은 대(對)국민 성명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천은 조금도 진척이 없는데, 한국의 안보 역량만 일방적으로 무력화됐다"고 통탄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군 지휘관들까지 동참한 것은 대북 안보 태세가 그만큼 불안해 보인 까닭일 것이다.

▶군사 강국일수록 예비역 장성들을 안보 분야 최고 전문가로 대우하고 식견을 존중한다. 지모(智謀)를 갖춘 예비역 노장(老將)은 현역에겐 정신적 버팀목이다. 평생 안보 전선을 지켰던 그들은 '애국심'과 '명예'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도 심장이 뛴다. 북핵 폐기 가능성은 희미한데 한·미 동맹은 전례 없는 위기다. 정부는 예비역 장성들의 충정을 흘려듣지 말았으면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31/20190131032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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