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수장들 "北비핵화 회의적, 이란 핵활동 없다" 발언 다음날
트럼프 "미북 관계 최상… 무슨 일 일어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미 정보기관 수장들의 발표에 대해 "미·북 관계는 최상이며 북 비핵화의 기회는 아직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정보 수장들의 분석을 공개 반박한 배경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북핵의 외교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심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중앙정보국(CIA)의 지나 해스펠 국장 등은 29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 지도자는 핵무기를 정권 생존의 필수 요소로 본다" "북한은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에 전념 중"이라고 말했다. 미 정보 당국의 북핵 관련 정보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사안이지만, 언론들은 일제히 "정보 당국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대통령과 대립했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위터에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역대 최상이다. 핵실험 안 하고 있고, 미군 유해를 돌려보냈으며, 미 인질들도 돌려보냈다'면서 '비핵화를 위한 괜찮은 기회가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과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전임 (오바마) 정권에서 미·북 관계는 끔찍했고 아주 나쁜 일들이 일어날 뻔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김정은을 곧 만나기를 고대한다. 진전이 만들어지고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임명한 정보 수장들이 자신의 주요 대외 정책과 상반된 근거를 밝힌 데 대해 격앙된 듯했다. 코츠·해스펠 두 국장이 이란의 핵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고 한 데 대해 "너무 수동적이고 순진해 빠진 것 같다. 그들은 틀렸다. 학교나 다시 다니라!"고 했다. 마이클 모렐 전 CIA 국장 대행은 "대통령은 정보기관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보고와는 다른 정치적 결정을 내릴 권리도 있다. 그러나 정보기관을 공개 비난하는 것은 미국의 신뢰를 깨고, 미 정보기관과 협업하는 동맹을 흔드는 행위"라고 했다.

WP는 30일 트럼프가 북핵 정보를 보고받고도 낙관론을 펼치는 배경을 분석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꼽았다. WP는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과 광범위한 대화를 해왔는데, 문 대통령은 트럼프의 대북 외교 노력을 칭송하며 '노벨상 받으셔야 한다'고 한 사람"이라며 "문 대통령은 미·북이 북핵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마지막 기회를 맞고 있다고 보며, '북한은 확실한 유인책보다 제재와 위협이 있어야 (비핵화에) 답할 것'이라는 주장을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 같았다"고 한 블룸버그 등 미 언론들의 인식의 연장 선상으로 해석된다.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언론들은 "문 대통령은 광범위하게 미국 정책의 대척점에 서 있으며, 미국의 압박에서 북한을 구하려 애쓰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문 대통령은 아부에 약한 트럼프를 다룰 줄 아는 최고의 기술자로, 그 기술을 김정은에게 전수해 준 것으로 보인다"(뉴욕타임스)고 했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일각에선 "사실상 정보기관의 북핵 관련 보고를 어느 정도 수용한 것"(WP) "북 비핵화에 대한 기대 수준을 공식적으로 낮췄다"(복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더 이상 북한 의 핵위협은 없다"고 선언한 지 8개월 만에, '핵실험 중단' '미군 유해 송환' '전임 정부보다 관계 개선' 정도를 주요 업적으로 앞세웠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가 "비핵화의 괜찮은 기회(decent chance)가 있다.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했는데, '괜찮은 기회'는 보통 정치인들이 골대를 옮길 때, 즉 목표치를 수정할 때 쓰는 표현이란 지적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01/20190201001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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