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김혁철과 일정·의제 조율… 美국무 "정상회담 장소 아시아"
 

스티븐 비건

2월 말 예정된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세부 사항을 논의할 양국 실무 협상이 2월 6일쯤 평양에서 열릴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미·북 협상에 정통한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스티븐 비건〈사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월 6일쯤 평양에서 북측 실무 협상 대표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대사를 만나 정상회담 일정·의제 문제를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미·북 실무 협상 장소로는 판문점이 거론됐다. 하지만 2차 정상회담까지 4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신속한 협상을 위해 양측이 평양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미측은 작년 6·12 정상회담 전 6차례 판문점 실무 협상 당시 북측의 본국 보고 문제로 협상이 지연되자 크게 실망했다"며 "평양에서 협상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침이 즉각 전달돼 협상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비건 대표는 작년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당시 동행해 김정은 면담에 배석했다.

이번 실무 협상의 관건은 미·북이 2차 정상회담 의제인 북한 비핵화와 미국 상응 조치에 관한 입장 차를 좁히느냐다. 북한은 대북 제재 완화를 강하게 주장하지만 미국은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협상 카드로는 북한의 영변 핵 시설 및 동창리 미사일 기지 폐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반출과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 인도적 지원 확대, 일부 제재 완화 등이 거론된다. 특히 북한은 체제 보장을 위한 '다자 평화협정'도 정상회담 의제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미·북은) 일단 영변(폐기)에 집중하고 다른 것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 시기는 2월 마지막 주(25 ~28일)가 유력한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30일(현지 시각)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월 말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그 토대를 만들기 위해 이미 아시아에 있는 공개되지 않은 지역에 팀을 파견했다"고 말했다. 회담 장소로는 베트남 다낭이나 하노이가 유력하다.

미·북 실무 협상이 예정대로 2월 6일 평양에서 성사되면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고위급 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지 20일 만이다. 그간 양측은 여러 외교 채널을 가동해 2차 정상회담 세부 사항에 관한 물밑 조율을 계속해왔다.

외교 소식통은 “미·북은 이미 정상회담 날짜까지 정한 상태로,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발표를 늦추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 발표만 하지 않으면, 이번 실무 협상 직후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선 앞서 1월 19~21일 스웨덴에서 비건 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2박3일간 ‘합숙 담판’을 벌이며 ‘큰 틀’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다만 미·북은 여전히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의 범위, 선후(先後) 문제를 놓고 입장 차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체제 보장을 위한 평화협정 논의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원하는 것은 체제 보장 내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인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인데, 이 두 가지 모두에 평화체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 정부 당국자도 “미국의 제재 관련 입장은 아직도 확고하며, (재개는) 북한 비핵화 속도와 관련 있다”고 했다.

이날 미 CNN방송은 1월 미·북 고위급 회담과 관련, “국무부와 백악관에서 이뤄진 모든 논의에서도 비핵화에 관해선 아무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01/20190201001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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