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내달 17일 '한국차 관세율' 정하고 트럼프에 최종 보고
사업가 출신 트럼프, 분담금·車관세 연계해 한국 압박할 가능성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협상에서 불거진 한·미 갈등의 불똥이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고(高)관세 부과 등 다른 외교 현안으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분으로 '연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상태고, 우리 정부는 '1조원 미만'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방위비 약 1200억원을 아끼려다 자칫 '관세 철퇴'를 얻어맞아 수조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방위비·차 동시 압박 가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을 마치고 26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강경화, 다보스 포럼 마치고 귀국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을 마치고 26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가와 재계 일각에선 '비즈니스맨'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위비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자동차에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내세우며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 상무부는 작성 중인 관세 보고서를 다음달 17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아직 미측이 한국에 방위비와 자동차 관세 문제를 공식적으로 연계하진 않았지만,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상 개연성이 큰 시나리오란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미 방위비 협상팀이 지금까지 우리 측에 관세 문제를 꺼낸 적은 없다"면서도 "방위비 협상이 실무자 손을 떠나 정무적 결정 단계로 넘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상식적이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에선 (두 사안이) 서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 부과 시 우리 자동차 산업 무역수지는 최대 98억달러(약 11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가 작성 중인 232조 보고서에는 모든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자율주행·전기차에만 부과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지연에 '남북 경협과 맞교환'說도

우리 정부가 뒤늦게 '방위비 여론전'에 뛰어든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청와대는 작년 말 외교부에 실무 협상 중단을 지시하고 직접 현안을 챙기기 시작했다"며 "청와대로선 향후 마지막 순간 방위비를 증액해주는 대가로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제재 면제 등 남북 경협 카드와 맞바꾸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이 표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해 북한과의 철도·도로 협력 등과 관련해 미측이 '과속' 문제로 제동을 걸자 수차례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물론 과거에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수월하게 타결된 적이 별로 없다. 2014년 9차 협정 때도 합의 지연으로 인한 무협정 상태가 4개월 이상 이어졌었다. 조기 타결 시 불거질 '부실·졸속 협상' 비판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방위비 협정은 국회 비준이 필요한데 '연 1조원 이상 부담'은 그간 여권 에서 강하게 반대해왔다. 특히 이번엔 '트럼프 요인' '남북 경협 카드' 등이 맞물리며 협상이 훨씬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증액하라는) 미측 요구가 완강하고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며 "총액보다는 미측이 1년으로 주장하는 협정 유효기간을 3~5년으로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8/20190128002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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