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제작해 배포한 카드뉴스 ‘쟁점체크 3편, 북한의 비핵화 믿을 수 있을까’. /통일부 홈페이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우리 통일부가 보증한다?

통일부는 최근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해명하고 정부 정책 방향성을 설명하는 카드뉴스를 제작해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

통일부가 제작한 카드뉴스는 ‘남북 경제협력, 남북 공동 번영 vs 일방적 퍼주기’ 편을 포함해 ‘북한의 비핵화 믿을 수 있을까’, ‘북한 비핵화 진전에 비해 남북관계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나’, ‘북한 비핵화는 지지부진한데 대북제재 완화에만 주력?’ 등 4편이다.

남북 경협과 관련한 카드뉴스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준수하면서 남북관계와 비핵화․북미관계를 함께 진전시켜 나간다’는 정부 기존 입장이 담겨있다.

문제는 3편 ‘북한의 비핵화 믿을 수 있을까’ 편이다. 통일부는 문제의 카드뉴스에서 "북한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와 지난해 노동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 결정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다’라고 말한 부분을 발췌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보유국으로서 ‘비확산 동참’ 의지를 밝힌 부분이나 미국과의 협상이 잘 안될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통일부가 제작해 배포한 카드뉴스 ‘쟁점체크 3편, 북한의 비핵화 믿을 수 있을까’. /통일부 홈페이지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서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북한은 2018년 4월 20일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서는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이제 경제 건설에 주력한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통일부가 카드뉴스에 담은 노동신문 캡쳐 사진에도 ‘김정은이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긍지 높이 선언했다’고 써 있다.

◇전문가 "단편만 발췌해 대국민 선전...부적절"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서는 핵무기 포기가 아닌, 핵무기를 보유한 채 경제 발전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라면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완전한 비핵화’ 역시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북한의 진의는 핵보유에 있다"면서 "정부가 안보 문제와 관련해 단편적인 부분만 발췌해 국민에게 선전하는 건 부적절해보인다"라고 말했다.

미북 간 핵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우리 정부가 보증하는 것은 북한의 협상 파트너이자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을 압박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한데 미국이 북한을 믿지 못해서 핵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국내 정 치만 고려해 이같은 내용을 카드 뉴스로 만든 것 같다"라며 "국제사회엔 어떻게 비쳐질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새로운 언론 환경에 맞춰 카드뉴스를 만들어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며 "현 정부 정책이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 적극 홍보한다는 차원으로 (만들었다고)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5/20190125019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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