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초계기 또 위협비행]
국방장관이 하려던 브리핑도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교체
대응 수위·입장문 발표자 級 낮춰
 

23일 오후 2시 40분쯤 서울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진행 중이던 정경두 국방장관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참모가 다가와 귓속말로 뭔가를 보고한 직후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의아해하는 기자들에게 "정 장관이 급히 상황 조치할 일이 생겼다"고만 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가 23일 우리 해군 구축함을 향해 초근접 비행을 한 것과 관련, 이날 국방부로 초치된 나가시마 도루(왼쪽) 주한 일본 무관이 우리 측 항의를 들은 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주한 일본무관 불러 항의 -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가 23일 우리 해군 구축함을 향해 초근접 비행을 한 것과 관련, 이날 국방부로 초치된 나가시마 도루(왼쪽) 주한 일본 무관이 우리 측 항의를 들은 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 장관이 받은 보고는 '일본 초계기가 우리 구축함 대조영함에 대해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국방부는 일본 도발에 대한 공식 발표문 문안과 발표자의 급(級)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등 위기 대응 과정에서 극심한 혼선을 빚었다. 정부 안팎에선 "긴급 상황에서 정부의 안보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는 당초 공식 입장문 초안에 '또다시 이런 행위가 반복될 경우 우리는 자위권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 대응해 나갈 것'이란 문장을 넣었다. '자위권적 조치'는 우리 군이 2017년까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다짐하며 쓰던 표현이다. 자위권적 조치엔 경고 방송 외에 경고 사격, 실제 사격(미사일 발사 등) 등이 포함된다. 일본 초계기의 근접 위협 비행이 계속될 경우 대북 응징에 준하는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최종 입장문에선 '자위권적 조치'를 빼고 '대응 행동 수칙'이란 표현으로 수위를 낮췄다. 국방부는 입장문 발표도 정경두 장관이 직접 브리핑룸에서 하겠다고 하다가 발표 직전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으로 바꿨다.

군 소식통은 "국방부가 마련한 초기 대응 계획이 청와대 조율을 거치며 수위가 조절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 관계자는 "현재 국방부의 보고 및 의사결정 체계상 청와대 지침 없이는 최종안뿐 아니라 초안도 함부로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군의 '오락가락 행보'는 청와대의 '변덕'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안보 부서 관계자도 "청와대 내부 기류가 초반엔 '초강경 대응' 쪽으로 흐르다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협의 등을 거치며 대응 수위가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4/2019012400268.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