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스웨덴 2박3일 협상 안팎
비건·최선희, 내리 다섯끼 함께 해… 비핵화·상응조치 놓고 긴 탐색전
 

2차 정상회담을 앞둔 미·북이 고위급 회담(18일)과 실무 협상(19~21일)을 마쳤다. 2월 말 미·북 정상회담 추진에는 공감했지만, 북한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 상응 조치의 범위, 제공 시기에 관해선 의견 차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실무 협상에서 양측이 다양한 비핵화, 상응 조치 카드를 놓고 폭넓게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각자 본국으로 돌아가 협상 전략을 재점검한 뒤 정상회담 전 다시 접촉할 것"이라고 했다.

◇삼시 세끼 함께한 南北美

2박3일간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 휴양 시설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열린 미·북 실무 협상은 21일(현지 시각) 마무리됐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40시간 동안 외부와 격리된 채 '합숙 협상'을 했다. 이들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함께 19일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21일 조찬까지 다섯 끼 식사를 내리 함께했다. 만찬에선 주류도 곁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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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누가 웃을까 - 스티븐 비건(왼쪽 사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오른쪽 사진) 북한 외무성 부상이 21일(현지 시각)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웨덴에서 열린 실무 협상을 마쳤다. 양측은 미·북 정상회담 추진에는 공감했지만, 북한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 범위를 놓고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남강호 기자

스웨덴 현지의 외교 소식통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협상이 진행됐다"고 했다. 다만 미·북은 북한 핵 동결과 영변 핵 시설 해체·검증,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반출 등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 범위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북측은 제재 완화를 강하게 주장한 반면 미국은 북핵 주요 시설 사찰·검증을 강조하며 일부 제재 면제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상견례 자리였던 만큼 바로 타결에 이르긴 어려웠다. 상대방 입장을 충분히 파악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비건 대표는 21일 협상을 마친 뒤 이도훈 본부장, 뒤늦게 스웨덴에 합류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찬을 함께하며 미·북 협상 결과를 공유했다. 일본의 북핵 협상 수석 대표인 가나스기 국장은 만찬 후 본지 기자를 만나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미·북 간 견해차가 여전함을 시사한 것이다. 이도훈 본부장은 스위스로 이동해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는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실무 협상 결과를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25년 전 제네바 합의 되풀이되나"

비건 대표와 최선희는 22일 본국으로 돌아가 이번 실무 협상 논의를 토대로 향후 전략을 재점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2월 말 정상회담'을 5주 앞두고 후속 실무 협상이 곧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스웨덴 실무 협상이 '탐색전'이었다면 다음 접촉은 '본게임'이 될 전망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VOA(미국의소리)방송에 "2차 정상회담 전까지 가능한 한 자주 실무 협상을 열어 두 정상이 서명할 공동 성명에 더 구체적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국제사회는 북한의 불법 핵개발에 경수로 제공으로 화답했던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25년간 북의 도발에 응징이 아닌 보상으로 상황을 미봉해왔다"며 "제네바 합의, 6자회담 9·19 공동 선언, 미·북 2·29 합의 등 지난 25년간 휴짓조각이 된 숱한 합의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북핵 완전 폐기를 위한 세부 로드맵을 받아놓아야 한다"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정상회담 전 미·북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대화 촉진자'를 넘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후속 협상 장소로는 지난해 6·1 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북이 가동했던 '판문점 채널'과 유럽 국가, 2차 정상회담지로 유력한 베트남 등이 거론된다. 판문점은 보안에 이점이 있고 북측 인사들이 이동하기도 편해 단기간 집중적 협상이 가능하다. 미 협상단의 방북도 배제할 수 없다. CIA(중앙정보국), 노동당 통일전선부 등 정보 라인 간 물밑 접촉은 정상회담 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3/20190123006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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