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3주 후 북한의 미사일 운용 기지를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CSIS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북한 비밀 군사 시설인 평안북도 신오리 미사일 운용 기지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며 "북한 미사일 운용 기지들은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해 공개·검증·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사진> CSIS 연구원은 2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3주 이내에 북한 미사일 기지를 추가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개할 내용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와 관련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은 밝힐 수 없다"며 "ICBM 기지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라고 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최근 신오리 기지와 이곳에 배치된 노동 미사일이 북한의 핵군사 전략의 일부라는 내용의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미사일 운용 기지 20곳 중 삭간몰 등 13곳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썼다.

CSIS가 신오리 기지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공개한 직후, 일각에서는 이 보고서가 미·북 간 접촉과 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과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회의론을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오리 기지는 과거 국내 언론 보도에 등장한 적이 있을 만큼 새로 밝혀진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이런 지적과 관련해 "정치학자나 전문가들은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며 "미·북 정상회담 등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고, 위성사진 분석 연구 결과가 나와 보고서를 작성해 발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비핵화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핵탄두를 실어 나르는 수단이 될 탄도미사일 능력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한국·미국·일본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2019년 1월 9일 중국 베이징의 호텔인 북경반점에서 오찬에 앞서 와인을 마시고 있는 모습. 맨 왼쪽부터 김정은 부인 리설주, 김정은, 시 주석,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 /노동신문

버뮤데즈 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10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김 위원장이 말하는 ‘비핵화 조치’의 정의부터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말하는 ‘과감한 비핵화 조치’의 정의가 무엇인지, 또 그에 상응하는 조치와 관련한 북한의 요구가 미국·한국·일본 등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핵 물질과 보유 핵탄두 수,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 등을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SIS는 전날 공개한 신오리 기지 연구 보고서에서 이 기지에 북한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노동 미사일 여단 본북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 기지가 2017년 2월 12일 처음 시험 발사된 ‘북극성 2호(KN-15)’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보고서를 공동 집필한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오리 기지는 명백히 북한이 가진 전략 미사일 부대의 주축이지만 미·북 비핵화 논의에 포함됐다는 신호는 없다"며 "북한은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그들이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백악관은 이번 보고서에 대한 입장 표명 요청을 거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CSIS가 지난해 11월 북한의 미공개 미사일 운용 기지 중 하나인 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를 소개했을 때도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고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당시 보고서 내용을 처음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대해서도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3/20190123007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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