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북한이 20여곳의 비밀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라고 발표했던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1일(현지 시각) 그중 하나가 평안북도의 신오리 기지라고 밝혔다.

CSIS 산하 한반도 전문 포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이날 웹사이트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신오리 미사일 기지는 북한 ‘미공개 미사일 운용 기지’ 약 20곳 중 가장 오래된 기지 중 하나로,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212㎞ 떨어져 있고 연대 규모의 노동 1호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

신오리 기지는 새로 밝혀진 곳은 아니다. 국내 언론 보도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이 기지를 포함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기지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만큼 미 정치권에서는 이번 CSIS 보고서를 근거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문제삼을 수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한반도 전문 포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가 2019년 1월 21일 소개한 북한의 신오리 미사일 기지. /CSIS·분단을 넘어

보고서는 신오리 기지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노동 미사일 여단 본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이 기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인 2017년 2월 12일 처음 시험 발사된 ‘북극성 2호(KN-15)’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신오리 기지와 이곳에 배치된 노동 미사일을 북한의 핵군사 전략의 일부라고 봤다. 이곳에서 확보한 핵·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선제 타격 능력이 한반도 전역과 일본 열도에 있는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방에 있는 전략군 산하 시설인 소백수 대학과 묘두산 훈련장과도 연계된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북한이 신오리 기지를 대외적으로 언급한 일이 없으며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북한의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해 미공개 미사일 운용 기지들이 공개·검증·해체돼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이번 보고서는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북한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 리사 콜린스 연구원이 공동 집필했다. 차 석좌는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오리 기지는 명백히 북한이 가진 전략 미사일 부대의 주축이지만 미·북 비핵화 논의에 포함됐다는 신호는 없다"며 "북한은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그들이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월 18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백악관

CSIS의 보고서는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나왔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7~19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고 백악관이 2월 말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발표한 직후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 공개 시점을 두고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회의론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를 비롯해 미 여야 의원 상당수는 미·북 실무회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봐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백악관은 보고서와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 고서 내용을 일축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CSIS가 지난해 11월 12일 북한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20여곳의 ‘미공개 미사일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며 그중 하나로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소개했을 당시에도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고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보고서 내용을 처음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대해서도 "가짜 뉴스"라며 비난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2/20190122004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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