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협상] 한승주·공로명·윤영관·송민순, 韓美 외교 전문지 인터뷰
 

미·북이 사실상 '2월 말 정상회담'에 합의한 가운데 전직 외교장관 4명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방식의 협상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한 미군의 감축·철수 등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를 미봉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외무부를 지휘한 한승주·공로명 전 장관과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를 이끈 윤영관·송민순 전 장관은 주미 특파원 출신 전·현직 언론인 모임 '한미클럽'(회장 이강덕)이 곧 발간하는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 창간호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승주, 공로명, 윤영관, 송민순(사진은 재임順).
한승주, 공로명, 윤영관, 송민순(사진은 재임順).

한 전 장관은 북한이 언급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해 "단계적으로 미국의 상응하는 양보를 얻어내면서 (핵 보유라는) 현상 유지 수준까지 가겠다는 의미"라며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제조·실험·사용·이전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북한의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송 전 장관은 "이론적으론 핵 포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북한은 긴 시간에 걸쳐 '핵무기를 가진 국가'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공 전 장관은 "미국 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관리해 나가는 방향에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의 규모·역할 문제를 북한과의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에 대해 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주한 미군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최근에도 수차례에 걸쳐 미군 철수를 언급해왔다"며 "따라서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 전 장관은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거래를 위해 주한 미군 문제뿐 아니라 핵우산, 종전 선언, 평화 체제 등 한·미 동맹과 관련된 문제도 협상의 대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특히 한·미가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1년 넘게 매듭짓지 못하는 것과 관련, 공 전 장관은 "방위비 분담의 내용은 주한 미군이 한국에서 쓰는 수도료, 전기료, 주한 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무자들의 봉급이 주종을 이룬다"며 "분담금 대부분은 한국 경제에 흡수된다는 점에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하고, 우리 안보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부담이란 생각에서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전직 장관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공 전 장관은 "북과의 공동 번영 정책이란 것이 자칫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방편이 돼서는 안 된다"며 "(대북) 제재 완화에 앞장서는 정책은 오히려 대한민국의 고립을 초래하는 결과를 나을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장관도 "유럽·동남아 등에 대북 제재 완화를 권유하거나 북한에 (국제 제재를 우회하는 등의) 무리하고 과도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송 전 장관은 "좋은 정책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무기와 더불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로 함께 들어가는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계기를 활용해 남북 간에 전쟁 방지의 항구적인 틀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관계가 크게 악화했다는 지적에 대해 한 전 장관 은 "사법부가 한·일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판결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송 전 장관은 "한·일 관계는 당장 따질 일과 미래로 가지고 갈 일을 식별해 투트랙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공 전 장관은 "북한 핵 위협 당사국의 하나인 일본과 밀접하게 제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일 관계의 회복이 안보 면에서도 요청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1/2019012100326.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