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협상] 김영철, 김정은 친서 전달… 트럼프 "상황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소식통 "北이 제재완화 강력 요구했지만 트럼프가 확답 안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것은 지난해 1차 미·북 정상회담 직전인 6월 1일 면담 이후 약 7개월 반 만이다. 이 자리에서 김영철은 2차 정상회담 의지를 피력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했고, 미·북은 정상회담 일정의 큰 틀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의제인 북한 비핵화와 미측 상응 조치를 놓고선 이번 면담에서도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김영철이 면담에서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답은 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제재 완화 놓고 여전한 이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뤄왔다. 북한과는 상황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영철과 면담에서도 북한 비핵화 조치와 미측 상응 조치에 관한 실질적 진전은 없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정상회담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위협하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라'는 미측 요구, '제재를 해제하라'는 평양의 요구 사이에 간극이 좁혀졌다는 어떤 징후도 없었다"고 했다.

미·북은 영변 핵시설 폐쇄를 포함한 북측의 '핵 동결'과 연락사무소 개설 및 일부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주고받을 카드로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제재 완화의 범위,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의 선후(先後) 문제를 놓고 미·북 간 입장 차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제재는 일부만 풀어도 둑이 무너지듯 그 파급력이 클 수 있어 미국으로선 매우 신중한 입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면담에선 '향후 비핵화 실무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일부 제재 완화 조치를 고려할 수 있겠다'는 원론적인 언급만 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심 제재의 해제를 원하는 반면 미국으로선 일부 남북 경협사업의 제재 면제나 인도적 지원 확대 정도를 원한다는 뜻이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결국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먼저인가, 제재 일부 완화가 먼저인가 하는 문제에서도 양측 입장 차가 크다"고 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김영철 면담 직후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스웨덴 실무 협상이 첫 관문

미·북이 고위급 회담 직후 2차 정상회담 일시·장소를 확정 발표하지 않은 채 스웨덴 실무 협상에 돌입한 것도 아직 비핵화 의제에서 입장 차가 크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작년 6월에는 트럼프-김영철 면담 직후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됐다. 하지만 이번엔 '2월 말 정상회담'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측의 '신중 모드'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또 시간에 쫓겨 김정은과 잘못된 합의를 하려 한다"는 미 조야(朝野)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미측이 김영철의 제재 완화 주장에 즉답하지 않은 것은 스웨덴 실무 협상에서 북측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려는 차원도 있다"며 "2차 정상회담 개최의 첫째 관문이 바로 현재 진행 중인 실무 협상"이라고 했다. 스웨덴 실무 협상에서 제재 완화 등을 둘러싼 의견 차를 충분히 좁힌 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재가가 떨어지면 정상회담 일시·장소도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미·북 실무 협상 성사 과정에선 우리 정부도 외교 채널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협상장에 합류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양측 이견을 좁히는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반출·폐기 등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문제가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 된다. 다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비핵화 의제와 관련해 양측 입장 차가 워낙 큰 만큼 한 번의 실무 협상에서 결실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2차 정상회담 전까지 양측 기 싸움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경우에 따라 '2월 말'로 예고된 정상회담 일정이 다소 미뤄질 여지도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1/20190121003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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