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협상] 워싱턴 2박3일 도착서 출국까지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지난 17일(현지 시각)부터 19일까지 2박3일간 미 워싱턴DC에 체류한 시간은 약 45시간이다. 북한 고위 관리로서는 처음으로 워싱턴에 직항을 타고 바로 날아온 역사적인 방문이었지만 그는 백악관 방문을 제외하고는 호텔을 거의 나가지 않고 두문불출했다.

김영철이 묵었던 호텔 9층의 펜트하우스와 북한 대표단이 있었던 8층 객실 전체는 빛도 들지 못할 정도로 커튼으로 꽁꽁 둘러쌌다. 이 때문에 김영철이 누구를 만났는지는 거의 알 수 없었다. 취재진이 김영철의 외출을 확인한 것은 18일 백악관에 가기 위해 나갔던 3시간이 유일했다.

김영철은 지난해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1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뉴욕과 워싱턴을 방문했다. 당시엔 도착하자마자 뉴욕 맨해튼의 57층짜리 아파트의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찬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그가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김영철은 3박4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갈 당시에는 취재진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
 
폼페이오, 김영철 만나러 호텔 화물용 쪽문으로… 작년 6월엔 백악관 앞마당까지 나와 배웅했는데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오전(현지 시각) 미·북 고위급회담을 위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묵고 있는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호텔 ‘화물용 쪽문’ 방향으로 들어가고 있다(위 사진). 김영철의 이번 방문에서 백악관이 보여준 모습은 그의 1차 방문 때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6월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나란히 서서 백악관을 떠나는 김영철을 배웅했다(아래 사진).
폼페이오, 김영철 만나러 호텔 화물용 쪽문으로… 작년 6월엔 백악관 앞마당까지 나와 배웅했는데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오전(현지 시각) 미·북 고위급회담을 위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묵고 있는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호텔 ‘화물용 쪽문’ 방향으로 들어가고 있다(위 사진). 김영철의 이번 방문에서 백악관이 보여준 모습은 그의 1차 방문 때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6월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나란히 서서 백악관을 떠나는 김영철을 배웅했다(아래 사진). /연합뉴스·AP 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 김영철은 지난 17일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취재진과 숨바꼭질을 했다. 그는 숙소인 듀폰서클호텔을 들어가면서 정문이 아닌 '화물용 쪽문'을 통해 들어가 취재진을 따돌렸다. 특히 쪽문 옆엔 대형 쓰레기차의 화물 적재함을 놓아두어 드나드는 사람을 바깥에서 잘 볼 수 없도록 했다. 지난해 방미 때 도착 당일 만찬을 했던 것과 달리 그는 이번 워싱턴 방문 첫날 호텔에만 머물렀다.

18일 오전 11시쯤 시작된 폼페이오 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첫 회동은 40분 만에 끝났다. 지난해 5월 말엔 오전 9시에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2시간20분간 회담을 했었다.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백악관으로 출발하자 10분쯤 뒤 김영철도 경호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백악관으로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건 대표가 배석한 가운데 90분간 회동을 했고, 김영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워싱턴 2박 3일

그러나 백악관에서의 상황과 미국의 관심은 지난해와 달랐다. 지난해 6월 1일 김영철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마중 나와 문을 열어준 사람은 존 켈리 전 비서실장이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든 미국의 언론들이 생중계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영철과 80분 회동을 마치고 김영철을 배웅하기 위해 백악관 앞마당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 언론들은 짧은 단신으로 보도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특별한 환송 행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동이 끝난 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볼 때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의 회동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김영철을 만난 뒤 직접 기자들 앞에서 "최대 압박이란 용어를 쓰길 원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대북 제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8일 오후 2시쯤 호텔로 돌아온 김영철은 폼페이오 장관, 비건 특별대표 등과 90분 가까이 늦은 점심을 했다. 이후 비건 대표가 오후 6시 10분까지 남아 있다가 "좋은 논의를 했다"고 한 뒤 호텔을 떠났다. 이후 오후 7시 10분쯤 김영철이 외투를 걸치지 않고 양복만 입은 채 수행원들과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이 방송사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외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호텔에서 만찬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영철은 19일엔 특별한 오전 일정이 없이 호텔에 대기하다 낮 12시 40분쯤 호텔을 출발했다. 김영철과 북한 대표단이 '화물용 쪽문'이 아닌 정문을 이용한 것이 이때가 처음이었다. 김영철은 취재진을 보고 놀란 듯 호텔의 기둥 뒤에서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영철을 태운 차량은 오후 1시 10분쯤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김영철은 오후 3시 35분에 출발하는 에어차이나편으로 베이징으로 출발했다. 김영철은 갈 때까지 취재진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웃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1/20190121003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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