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조선일보가 16일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에서 '핵 동결'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일제히 비판과 우려 목소리를 냈다. 최근 한·미 동맹의 이상기류가 이 같은 흐름에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고도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16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미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의 제1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무대 왼쪽부터 조동준 서울대 교수, 브루킹스 소속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과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 선임연구원, 박원곤 한동대 교수. /성형주 기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 동맹 약화론에 대해 "정책 이견이 너무 심해 더 이상 대중의 시야로부터 숨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며 "한·미 양국은 갈수록 북한의 위협성에 대한 평가에서 이견을 보이며, 북한의 핵미사일 및 재래식 위협에 대응하는 정책에서도 차이점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과의 가치중립적 정책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은 군복 입은 아들딸을 사지로 보내 피를 흘리게 하면서까지 국제사회에 반항하고 한국을 반복해 공격한 북한 정권으로부터 한국을 방위하고 있다"고 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남북 협력에 주력하고,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 과제를 미국에 떠넘긴 채 분쟁 회피와 남북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공조를 위해 적당한 시기에 남·북·미가 같이 협상을 해야 한다"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상응 조치로 북한에 보상을 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 돌발성은 잘 알려졌으니 그런 부분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미 간의 신속한 논의·협조가 필요하다"며 "이는 북한 비핵화보다도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북한은 비핵화와 남북 경제 협력, 한·미 동맹 등 첨예한 이슈에 대한 한국·미국·중국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공략해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고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이상희 원장, 리처드 부시, 브루스 클링너
(왼쪽부터)이상희 원장, 리처드 부시, 브루스 클링너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 선언과 남북 관계 개선, 북한의 경제성장이 모두 어우러져 북한의 적대 행위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보지만, 이 논리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북한이 지금 또는 훗날 머나먼 미래에 진지한 방식으로 진정한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는 지레짐작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비핵화 과정 후반이 아닌 초반부터 북한에 혜택을 주려는 문 대통령의 접근 방식에 대해 무엇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는지를 물어야 한다"며 "북한의 의도는 여전히 한·미 동맹 해체와 한국보다는 북한 위주의 한반도 통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의 비핵화 협상 진행 상황과 한·미 동맹의 약화는 별개이며 때로는 감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강화하면 현상 유지는 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럴수록 통일이 어려워지고 북한은 핵을 개발하는 모순적 상황이 오게 된다"고 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상희 원장(전 국방부 장관)은 "김정은의 신년사와 북한 여러 집단이 내놓는 발언들을 보면서, 금년에도 북한의 비핵화라는 기대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의 압력을 회피하고 한·미 동맹을 이간하며 한국의 취약점을 공격하기 위해 '평화 공세'를 취하는 북한의 과거 행태 답습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7/2019011700509.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