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작년 비핵화 의지를 밝힌 이후 오히려 핵·ICMB 생산을 확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 블룸버그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북핵 정보 당국과 전문가를 인용해 북이 핵폭탄 6개 이상을 추가로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얻었을 뿐 아니라 ICBM도 여러 개 늘렸다고 전했다. 통신은 "김정은의 전략은 핵보유국 지위와 대북 제재 해제를 얻는 데 필요한 외교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그 사이 조용하게 핵무기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미 NBC방송도 "북은 핵·탄도미사일 실험 단계를 넘어 대량생산으로 옮겨 갔다"며 "2020년까지 핵탄두 100개를 보유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은 기만 전략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북과 협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북핵 전체를 '1~2년 이내'에 폐기하겠다며 자신만만했던 트럼프 백악관 분위기도 점점 수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이 버티기로 나오자 "서두르지 않겠다"며 시한을 포기하더니 최근에는 "미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며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만 없애면 된다는 식으로 말을 흘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북한의 김영철은 2차 미·북 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며칠 후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즉흥적으로 발표했던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속편을 조만간 보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가 김정은의 ICBM 포기 대가로 '주한 미군'이나 '대북 제재'를 내주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자칫하면 한국민만 고스란히 북핵 위협에 노출된 채 살아가야 할 위기다.

안보 재앙이 어른거릴 때 군(軍)은 '마지막 보루'여야 한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15일 '북한군은 우리 적(敵)'이라는 문구를 없애고 '대한민국 위협 세력은 적'이라는 표현을 넣은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했지만 북은 여전히 핵과 함께 120만 병력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주일 미군은 북한이 핵폭탄을  15개 이상 확보했다고 했는데 우리 국방백서는 북의 핵폭탄이 아닌 핵물질 보유량만, 그것도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분칠을 했다. 북한은 수십 발의 핵무기를 손에 쥔 채 버티고 미국도 북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단계로 접어드는 듯한 상황인데 우리 정부와 군은 김정은의 선의(善意)에만 기대고 있다. 안보는 최선을 지향하되 반드시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5/20190115033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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