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002년 민화협 그림 50점 선물
돌가루·보석 장식한 ‘보석화’눈길
따뜻하게 풍경 묘사한 조선화풍 소개

"저 그림 얼마나 해요? 5억? 10억?"(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아… 제가 (경매) 시장에서 일을 안 해서 가격은 잘 모릅니다."(단국대 미술학부 홍지석 교수)
"그렇게까지는 (비싼 게) 아니에요. 하하."(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대표)
 
북한 선우영 작가가 그린 ‘금강산 석가봉’./ 노웅래 의원실 제공

1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웃음이 터졌다. 홍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북한 화가들의 그림 50점을 하나씩 돌아 돌아보던 노 의원이 그림 한 점을 가리키며 가격을 물어봤기 때문이다. 노 의원이 가리킨 그림은 북한 인민예술가 선우영 화가가 그린 ‘금강산 석가봉’이었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연구단체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와 민화협은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통일의 봄은 오리라, 북한 작가 그림 전시회’ 개막식을 열었다. 연구단체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는 국회 내 철도·통일·경제 분야 관련 포럼으로, 노 의원과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개막식엔 노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설훈·이원욱·윤후덕·박정·심기준·이수혁 의원이 참석했다.
 
북한 최영식 작가의 ‘통일의 봄은 오리라’./ 노웅래 의원실 제공

이날 전시된 그림은 지난 2002년 북한이 민화협에 선물한 것이다. 오는 18일까지 북한 작가의 그림 50점이 의원회관 로비를 가득 채워 지나가는 이의 눈길을 잡아 끌 예정이다. 민화협 관계자는 "총 100여점의 미술작품을 선물받았으나, 그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어 전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北 대중가요 ‘림진강’ 다룬 그림 앞에서 개막식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 공동대표인 노 의원은 개회사에서 "2018년 통일의 봄이 오리라.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뜻 깊은 전시회"라고 했다. 그는 "전쟁의 위기에서 공포에 떨고 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한반도 평화번영의 문을 열었다"며 "북한의 절경을 국회에서 그림으로 보지만, 올 한해 현장에서 보는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 신봉화 작가가 그린 ‘처녀시절 꽃시절’./ 노웅래 의원실 제공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전시된 그림을 북(北)에서 민화협에 전달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 기회가 없어서 좋은 그림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창고에 숨어 있었다"며 "그림이 창고에 있었던 것처럼 남북관계도 답답하게 갇혀 있었는데, 남북관계가 풀리면서 그림도 빛을 보고 숨을 쉬게 됐다"고 했다.

개막식 행사는 전시회 이름과 같은 ‘통일의 봄은 오리라’는 작품을 앞에 놓고 진행됐다. 북한 공훈예술가 최영식의 2002년 8월 작품이다. 나무에 분홍빛 꽃이 핀 임진강 강변을 배경으로, 좌측 상단에 북한의 대중 가요 ‘림진강’ 가사가 적혀 있다. <림진강 맑은 물은/ 흘러 내리고/ 물새들도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 림진강 푸른 물은/ 원한 싣고 흐르누나.> 림진강을 작사한 박세영은 경기 고양군에서 태어나 해방 후 월북했다. 북한의 국가인 ‘애국가’를 작곡해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풍경화도 현실을 이상적으로 묘사
작품을 둘러보던 의원들은 북한 공훈예술가 신봉화 작가의 ‘처녀시절 꽃 시절’이란 작품 앞에 멈춰 서 큰 관심을 보였다. 흔히 보던 그림과 달리, 물감이 아니라 캔버스 위에 모래를 뿌리고 색채를 입혀 놓은 듯한 질감이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색의 돌 가루, 천연 보석을 안료 삼아 그림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박명철 작가가 그린 ‘호랑이’라는 그림도 보석화인데, 눈동자를 보석으로 박아 넣어 캔버스에서 툭 튀어나와 있었다.
 
북한 김승희 작가의 ‘칠성문의 봄’./ 노웅래 의원실 제공

의원회관에 전시된 작품 대부분은 ‘조선화’라고 불리는 장르였다. 북한 회화의 한 장르로, 동양화의 맥을 이었지만 서양화적 기법이 가미된 독특한 양식이다. 홍 교수는 "조선화는 밝고 따뜻하고, 관객이 보면 기분이 좋아지게 그린다"며 "북한 인민들이 조선화 양식으로 그린 풍경화를 보면서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게 만들려는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선 풍경을 그릴 때 현실적인 공간을 이상적으로 묘사한다. 북한식 리얼리즘은 현실을 보고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투사해서 그린다"며 "북한 화가는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북한 최창호 작가의 ‘백두산 장군봉과 비루봉’./ 노웅래 의원실 제공

 
북한 최성룡 작가의 ‘첫 눈’./ 노웅래 의원실 제공

 
북한 박명철 작가의 ‘호랑이’. 보석화 기법으로 제작됐다./ 노웅래 의원실 제공

 
북한 김정중 작가의 ‘묘향산 비선폭포’./ 노웅래 의원실 제공

 
북한 김영호·리호혁 작가의 ‘풍산개’./ 노웅래 의원실 제공

 
북한 리창 작가의 ‘대동문’./ 노웅래 의원실 제공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5/20190115015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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