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회견에서 김정은이 '조건·대가 없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밝힌 것과 관련해 "매우 환영한다"며 "재개를 위해 북한과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폐쇄는 2016년 북의 4차 핵실험, 금강산 관광 중단은 2008년 북한군의 금강산 우리 관광객 사살 때문이다. 우리가 북의 만행에 독자적 제재를 가한 것인데, 김정은이 마치 시혜를 베풀 듯 '재개하자'고 하니 문 대통령은 '해결됐다'고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가 왜 생겼는지 그 과정을 알고서 이런 말을 하나. 북은 비핵화의 핵심인 핵 리스트 제출을 거부하고 핵탄두 생산을 계속하고 있는데 무엇이 해결됐다고 개성공단·금강산 재개를 언급하는지 알 수 없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재개 문제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북의 공격으로 장병 46명이 사망했다. 북은 이 만행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남측 자작극"이라며 우리를 조롱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과제가 해결됐다'는데 대체 무엇이 해결됐다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 작년 국회에서 외교부 장관이 북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 제재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가 국제적 파장까지 불렀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다. 그때와 지금은 달라진 것이 없다. 북은 여전히 핵 활동을 하고 있고 천안함 폭침과 금강산 살인에 대해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그대로다. 이 상황에서 김정은이 한마디 했다고 '북한과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됐다'고 할 수 있나.

북은 최근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해 '(북) 비핵화에 앞서 한반도에서 미군 핵 위협을 없애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정부의 통일부 장관조차 9일 "북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북한의 비핵화는 차이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하고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 문제도 김정은 말만 믿는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김정은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르기만 하면 대한민국 안보가 지켜지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0/20190110032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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