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장관이 1일 KBS 방송에서 '김정은이 서울에 오면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분명한 사과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 앞으로 잘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일부 우리가 이해하면서 미래를 위해 나가야 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사'라는 말도 썼다. 통일장관도 같은 질문에 '미래 지향적으로 보자'고 했다.

북의 천안함 공격으로 장병 46명이 사망하고 구조 과정에서 다시 10명이 사망했다.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 2명과 주민 2명이 사망했다. 국방장관이 '우리가 이해하자'고 한 것은 무슨 뜻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 개발에도 일리가 있다'고 했던 그런 의미인가. 북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하자는 건가. 과거 진보 정권 때도 국방장관만은 안보 최후의 보루로서 중심을 지켜왔다. 국민은 그런 국방장관들을 믿었다. 그런데 이제는 통일부장관도 아닌 국방장관조차 우리 국민과 장병이 떼죽음당한 북한 도발 문제를 놓고 '이해하자'고 한다.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국빈급 대우를 받으며 한국을 휘젓고 다녔지만 어떤 사과 요구도 받지 않았다. 작년 4월 방북한 기자들에게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말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주범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면죄부를 줬다. 지난달 통일부는 5년마다 만드는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관한 북의 책임 조치를 확보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북은 과거 대북 지원을 받으려고 천안함 공격을 인정·사과하기 직전까지 갔었다. 그러던 북이 작년부터 다시 "천안함 사건은 모략극"이라고 하는 것은 정부의 이런 태도 때문이다.

김정은 답방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김정 은이 천안함·연평도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답방을 막아야 하는지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북의 공격으로 국민이 생명을 잃은 참혹한 사태에 대해 사과 요구 자체를 접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이해' 운운하는 지경까지 왔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국방장관이다. 군(軍)까지 보신에 빠져 본분을 잊으면 안보가 어찌 되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2/20190102029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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