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노인이 돼 돌아온 아들을 품에 안고 100세 어머니는 “우리 종필이… 늙었구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백발이 성성한 아들은 휠체어에 탄 아버지께 큰 절을 올리다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를 끌어안고 “제가 왔어요”라고 안타깝게 외치는 아들도 있었다.

잠깐일 줄 알았던 50년간의 이별…. 스무 살 청년이었던 아들, 열 다섯 중학생이었던 오빠, 철부지였던 여동생의 얼굴엔 깊은 주름살이 드리워져 있었다. 부둥켜 안은 가족들은 역류해 오는 반세기 세월이 서러워 울고 또 울었다.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은 15일 서울과 평양에서 애타게 그리던 혈육들을 만났다.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을 숙소로 정한 북한 방문단 100명은 오후 4시40분 서울 종합전시장(COEX) 3층 컨벤션 홀에서 그리던 가족을 만났다.

평양으로 간 남한 방문단도 고려호텔에 짐을 푼 뒤 호텔 2~3층에 마련된 단체 상봉장에서 부인과 아들, 딸, 형제들과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

상봉장은 반세기의 슬픔을 한꺼번에 토해내는 이산가족들의 울음소리로 순식간에 통곡의 바다로 변했다. 상봉 가족들은 끌어안고 울다가 얼굴을 바라보고 다시 흐느꼈다. 잃어버린 50년 세월을 메울 말을 찾지 못한 채 이들은 그렇게 슬퍼하고, 감격하고, 서러워했다. 북에서 온 69살 된 아들을 만난 정선화(95) 할머니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끝내 탈진해 쓰러져 응급처치를 받기도 했다.

단체 상봉에 이어 북측 방문단은 COEX 1층에서 한국 적십자사 총재가 주최하는 환영연회에, 남측 방문단은 평양시 인민문화궁전에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가 마련한 만찬에 각각 참석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서울·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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